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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만학도 70대 부부의 특별한 등굣길
[사진=KBS'인간극장']

전라남도 영암. 몇 십 년째 오일장을 지키는 터줏대감, 생선 장수 서경임(74) 씨는 요즘 웃을 일이 늘었다. 55년 인생 단짝 남편 정백안(79) 씨는 아내를 향한 넘치는 사랑을 불쑥불쑥 고백한다. 번듯한 양옥집을 놔두고 시장 한 켠,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지내는 부부, 캄캄한 새벽길을 나서 부지런히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데 어디를 가는 걸까?

경임 씨와 백안 씨는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었다. 의지가지없이 살다 보니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단다. 호적에 이름도 못 올리고 열다섯까지 ‘천둥이’로 불렸던 경임 씨, 하늘 아래 연이 닿아 열아홉에 비슷한 처지의 청년을 만나 수저 한 벌 없는 살림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젊은 남편은 농사하며 품을 팔러 다니고, 젊은 아내는 오일장을 돌며 생선을 팔았다. 그렇게 삼 남매를 광주에서 공부시키며 돈이 아닌 ‘머리’를 남겨 주고 싶었다는 부부. 정작 당신들은 못 배운 설움이 사무친다는데... 이름 석 자라도 써야 할 때면 괜히 가슴이 떨렸다. 살만해졌을 때도 글을 모르니 운전면허를 딸 수도 없었고, 지금은 글을 알아도 나이가 들어 여전히 버스를 타고 장에 다닌다. 살아온 인생길 글로 풀어내자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 운동장만 들어서면, 어깨가 ‘쫙’ 펴진단다.

[사진=KBS'인간극장']

학생증만 있으면 학생 할인을 받아 영암에서 목포까지 100원. 중학교 1학년 부부는 시외버스를 타고 또 갈아타면서 돌고 돌아 목포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3년을 학교에 가자 남편을 졸랐다는 아내, 이 나이에 배워 뭐에 쓰느냐던 남편은 허리 아픈 아내를 혼자 목포까지 보낼 수 없어, 가방까지 들어주며 손 꼭 잡고 함께 학교에 간다. 어느새 배움의 기쁨에 푹 빠져버린 부부, 엄마같이 잘 살펴주는 따뜻한 김광복(59) 선생님을 만났고, 다정한 동생 같은 반 친구들이 생겼다. 수학여행을 가고, 난생처음 교복도 입어본다. 학교 가는 길의 행복이 날아갈까 날마다 글로 적어 남기는 경임 씨, 삶의 희로애락이 담긴 경임 씨의 시는 교내외 상을 휩쓸고... 그야말로 늦게 찾아온 인생의 ‘화양연화’다.

일주일에 삼일은 만학도, 이틀은 생선 장수인 부부. 학교가 아무리 좋아도 장날 이틀은 결석이다. 10여 년 전부터 남편도 함께 해남읍장에 다니는데, 수완 좋은 생선 장수 아내와 생선포 잘 뜨는 남편, 아직은 평생의 업을 놓을 생각이 없다. 학교에 다니면서 신문에도 나고, 말수 없던 백안 씨는 어디서나 흥 넘치고 말 잘하는 ‘오빠’가 됐다. 경임 씨에겐 살아온 삶을 시들지 않는 글로 모아 책을 내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배움이 뭐길래, 학교가 뭐길래.

오늘도 캄캄한 새벽, 부부는 손 꼭 잡고 학교에 간다.

[자료제공=KBS]

silverinews 안승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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