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사진=제주포럼]

김형석 명예교수는 1920년 평안남도 대동 출생으로 올해 104세를 맞이했다.

새해가 바뀌면 신년인사 요청이 여기저기서 들어온다는 김형석 명예교수는 최근 신년인사에서 “정년퇴임하던 65세부터 80세까지 일 가장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65세에 정년퇴임했습니다. 나는 30대 중반에 연세대에 가서 선배 교수들의 정년퇴임을 보면서 나도 그들처럼 살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퇴임하고 보니 할 일이 더 많았습니다. 강단에 있을 때 저술하지 못했던 강의 내용들을 정리해 보자, 이것이 그 당시 나에게 주어진 일이었습니다.”라며 “‘종교의 철학적 이해’ ‘윤리학’ 등 책을 냈습니다. 교수직 못지않은 큰일이었습니다. 그 작업을 76~77세까지 했어요. 또 정부 기관, 사기업, 사회단체 등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왔는데 대학에서 강의할 때보다 더 많은 강연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정년퇴임부터 80세 가까이 될 때까지 일을 가장 많이 한 것 같아요. 80년을 살았으니 90세까지 그 일을 연장해 보자 했는데 그렇게 됐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내 친구들은 90세가 되니까 하나둘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90세가 되니 힘든 시기가 찾아오는데 가장 힘든 점이 정신적 고독입니다. 친구들이 세상을 떠나 대화 상대가 없었거든요.”라고 정년퇴임 후 15년을 회고했다.

김형석 명예교수는 학문적 업적을 떠나 꾸준히 다작을 하고, 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저술가로 더욱 유명하다.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은 1960년에 출간된 수필집 ‘고독이라는 병’이었다. 여러 잡지에 발표한 글을 모은 것인데,이 작품은 당시로서는 상당한 수였던 2만부가 팔려 화제를 모았다.

이어 1961년에는 ‘영원과 사랑의 대화’라는 수상집이 나왔는데, 이 작품도 간행 1년만에 8만부(현재까지 누계 60만부)가 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이후 김형석 교수는 출판업계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엄청난 러브콜을 받게 되었으며, 이후 30년 이상 매년 1권 꼴로 꾸준히 책을 냈다.

김형석 명예교수의 인생록 중에 깊은 울림을 남긴 말들을 적어본다.

“주변에 100세 넘도록 장수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욕심이 없고, 남을 욕하지 않으며, 그 가운데서도 존경 받는 이는 좀 더 사랑을 베풀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는 것. 반려자와 어머니, 막역한 지기들까지 앞세워 보낸 후 찾아온 고독 앞에서 그는 ‘모든 사람을 힘껏 사랑해 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또한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었어요. 생각해 보니 내가 사랑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분들 위해서 기도하고 일하고, 피곤하지만 강연도 다니니까 더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서 내가 고생하고자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인생에서 제일 좋고 행복한 나이는 60에서 75세까지이며,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면서 60쯤 되니 조금 철이 드는 것 같았고, 75세쯤까지는 성장을 하는 것 같았다. 65세에 정년한 후엔 더 열심히 일했고, 76세 즈음에 제일 좋은 책들이 나왔다. 99세에 일간지 두 곳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인생에서 열매를 맺은 기간은 60대였던 것 같다. 그래서 60대엔 제2의 출발을 해야 한다. 독서로 대변되는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놀지 말고 일하라. 과거에 못 했던 취미 활동도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