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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
김 병걸 어머니 기일
후회막심인 이승의 불효를 가지고 저승 어머니 산소를 간다 도기를 굽던 가마터를 지나 외지서 온 무녀가 살던 당집을 끼고 산죽이 수북한 재를 넘으면 윗마을 청우리 왕겨를 붕붕 날리던 정미소 겨울이면 가래떡을 뽑던 그 방앗간을
지나면 만병통치약을 팔던 장씨네 약방 하루에 한대 대구에서 버스가 와서 자고 가던 술도가 옆 육소간집욷 돌아 산에 오른다 당신께서 생전에 입에도 안 댄 술을 치고
추석무렵 단장한 산소에 엎드린다 어머니, 옛말 나눌 동무 하나 없는 이 산이 뭐가 좋다고 그리도 서둘러 오셨나요 솔방울 같은 날들이 가뭇없이 갔습니다 어언 스물 두 해가 갔습니다 지난했던 이승의 79년, 어머니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곳곳에 있겠지요
저는 당신과 함께 산 세월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되돌리고 싶습니다 보셔요, 저 아래 어머니가 몰래 버린 눈물이 강이된 거기 나룻배가 있던 나루가 강둑을 매면서 사라졌지만 강 저쪽과 이쪽이 우리를 갈라놓은 이 세상과 저 세상이 아닐련지요 팥죽을 쑨 동짓날 내린 비에
마른 초목이 깃을 내리는 저녁 녹물이 된 세월 끝에 어머니는 여전히 걱정스런 눈으로 서 계시는데 나는 산그림자를 끌고 산을 내려갑니다 날이 더 어둡기전에 우리가 살던 옛집에 들러 방마다 문을 열어놓겠습니다 오늘밤에도 나그네 별이
바람에 흐르고 울다 지치면 어머니를 제게 돌려주겠지요 ▶▶ 작가약력 ------------------------------------------------------
- 대구예술대학교 방송연예과 졸업
- <문학세계> 등단
- 시집 <낙동강>, <멍석>, <달빛밟기>, <도마>
- 수필 <노래로 연 나의 세상>, <뽕짝은 아무나 하나>
- 가요 <안동역에서>, <분교>, <벤치> 등 2,000여편 발표
- 영랑문학상 작가상 수상
- 월간 순수문학상임 편집의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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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inews 김병걸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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