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양·문화 칼럼·기고
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1) 홀로
▲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1) 홀로 
 
 
 2015년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매우 흥미로운 자료를 하나 발표했다. 이름하여 ‘빅데이터로 본 노후에 관한 5가지 키워드’. 2011~2014년 상반기에 걸쳐 소셜미디어에 드러난 노후에 관한 담론 중 최근 언급량이 두드러지게 증가한 키워드 5개를 선정하여 분석한 것이다. 그 5가지 키워드는 바로 ‘홀로·친구·일·여행·텃밭’이다.
 
‘홀로’ 살 노후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반면, ‘가족’에 대한 언급은 감소했다. 노후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혼자 아플 것을 걱정하는 한편 스스로 가꿔갈 생활의 즐거움을 기대하고 있었다. 홀로 감당할 수밖에 없는 노년에 대한 염려와 기대가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 즉 1인가구는 불과 십 수 년 전만 해도 그리 흔치 않았다. 가족이 없이 혼자 산다는 것은 독거어르신이나 사회취약계층 들의 이야기로만 여겨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히 1인 가구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노년층 뿐 아니라 전 연령층에 걸쳐 다양한 이유로 1인가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리얼리티 쇼인 ‘나 혼자 산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고 ‘혼밥’, ‘혼술’이 젊은이들의 익숙한 문화가 되어 가고 있다.
 
1인가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야기된 소비문화 및 경제시스템의 변화는 기존의 경제(이코노미)에서 1인 가구 중심의 경제라는 의미의 ‘1코노미’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1코노미 시대를 상징하는 소비트렌드는 바로 ‘욜로(YOLO)’와 ‘소확행(小確幸)’,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소비에 소극적이지만 한번 뿐인 인생, 스스로를 위한 지출에는 매우 과감한 경향을 보인다. 저성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 참고 인내하기 보다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작고 확실한 오늘의 행복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큰 성취 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하며 홀로 자유롭게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욜로+소확행’의 라이프스타일이다. 또한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주거공간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횰로’는 ‘나홀로’와 ‘YOLO’의 합성어다. 집은 작더라도 공간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개성 있게 만든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집이나 책방 같은 거실, 홈 트레이닝, 최첨단 홈 오피스, 반려동물을 위한 펫 공간 등이 횰로 공간에 해당된다.
 
이렇게 보면 혼자 산다는 것,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불편한 관계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편하게 인생을 즐기는 방법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충만한 우리 사회에서 혼자 산다는 것은 여전히 사람들의 편견과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하는 거추장스럽고 힘든 일이다.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특히 주거비의 경우 4인 가구와 비교 시 1인 가구는 거의 2배 더 비싸게 부담하고 있다.
 
사회활동이 활발하고 건강한 젊은 시절에야 혼자 사는 게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노년으로 접어들수록 혼자 사는 것은 외로움을 넘어 삶의 커다란 위험으로 다가온다. 그 위험은 공공복지나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나라일수록 사회적 약자에게 치명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공영방송 NHK는 지난 10여 년 동안 고령사회의 문제를 심층 보도해 왔다. 이 방송에서 다양한 신조어를 만들어 냈는데, 이를 따라가 보면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것은 ‘무연사회’, ‘노후파산’, ‘가족의 파산’이다. NHK는 고령자들이 처한 절박한 현실이 한 개인의 문제를 넘어 고령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공론화했다.
 
저 멀리 영국의 경우에는 얼마 전 외로움 문제를 전담하는 장관이 생겼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 75세 이상의 절반이 홀로 살고 있을 정도로 고령 1인 가구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심하면 1주일까지 사회적으로 아무런 교류 없이 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회적 단절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매일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해롭다고 한다.
 
메이 총리는 “외로움은 현대 삶의 슬픈 현실"이라며 “노인이나 돌봄이 필요한 이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이 자기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지내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가 나서자"고 제안했다.
 
다가 올 초고령사회는 외로움과의 전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도 그 싸움을 피할 수 없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사회보장 제도와 정책은 가족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전통적 가족이 빠르게 해체되어 가는 상황에서 가족이 온전히 부양의 책임을 지기는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오히려 부양의무를 외면하는 가족의 존재 때문에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기도 한다.
 
가족의 유무와 관계없이 이제 누구든 언젠가는 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 고령자가 된다. 고령자가 맞이하는 고립과 빈곤에 어떤 대안이 있을까?
 
홀로, 편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마냥 좋을 순 없다.
 
 

silverinews 김수동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