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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와 신인류계층의 도전
 
노인일자리와 신인류계층의 도전
 
▲ 최학희 (사단법인 시니어라이프 상임이사)
 “미래의 고령층은 새로운 이모작 인생을 개척할 
능력과 의지, 필요를 갖춘 신인류계층이다.” 서울대 김태유 교수의 '은퇴가 없는 나라'에 나오는 말이다. 새로운 이모작 인생을 개척하려는 모습은 
노인일자리 사업의 대상이 되는 60~65세 이상의 
노인층에서도 엿 볼 수 있다.
 
 나는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초까지 은평구에 위치한 노인일자리 사업기관에서 사회복지사 실습을 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을 진행하는 은평시니어클럽에서 '공익활동 10개 사업과 인력파견형 사업, 그리고 시장형 11개 사업'에 대해 배우고 업무를 지원했다. 15일간의 실습과정을 통해 노인일자리사업이 뿜어내는 열정을 눈으로 귀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노인일자리 실습과정을 통해 느낀 점이다.
 
 
 I. 노인들은 일하고 싶다
 
 통계청의 2017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55세~79세의 62.4%가 일하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일자리를 원하는 주된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8.3%)과 일하는 즐거움(34.4%)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 외에도 무료해서(3.3%), 사회가 필요로 함(2.3%), 건강유지(1.6%)의 답변도 있었다. 고령자가 일자리를 선택하는 기준은, 일의 양과 시간대(26.3%), 임금수준(25.0%), 계속근로가능성(16.6%), 일의 내용(13.4%), 과거 취업경험 연관성(11.4%)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일하고 싶다는 사실은 실습을 통해서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노인들이 시니어클럽을 방문하여 일자리가 있는지를 알아본다. 일자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는 항상 일자리를 주선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다음 기회도 꼭 연결시켜달라는 부탁의 말도 잊지 않으신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어느 인력파견형 사업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다. 유사경력을 20년 정도 하신 분인데, 나이가 70대 중반이다. 최근에 몸이 약간 불편해지셨는지, 기존방식의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아 시니어클럽에 일자리를 의뢰했다. 시니어클럽의 소개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어느 면접현장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 면접 전후과정에서 어르신께서 보여주신 취업에 대한 자세와 열정은 매우 강렬했다. 그 분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일자리의 소중함과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례로, 은평구에서 유명한 노인일자리로 알려진 ‘꽈배기나라’에서 실습할 때의 일이다. 실제 규정상의 1일 근무시간은 3~4시간가량 이지만, 일자리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은 새벽에 출근해서 그 날의 일들을 미리 준비하신다. 단 1분도 쉬지 않고 땀을 흘리시며 일에 집중하신다. 젊은 시절에 크고 작은 사업적인 경험을 해 보신 분들이 모여서인지, 내가 만난 그 누구보다 일에 대한 집중도와 전문성을 갖추신 60-70대 어르신들이셨다. 노인들은 생활비에 보탠다는 이유 말고도, 일을 정말로 하고 싶어 하고, 적당한 일이 삶의 활력이 됨을 엿볼 수 있었다.
 
 
 II. 일을 통해 노인들의 삶이 풍성해진다
 
 노인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맞닥뜨리는 중요한 이슈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새로운 변화와 자극에 반응하기를 멈추는 순간, 진정한 의미의 노화가 이뤄짐을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노인일자리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변화와 자극을 주는 시간들을 일을 통해 제공한다. 그 결과, 노인들의 삶은 일이 없을 때 보다는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실제로 노인들의 하루일과를 시간표로 그려보면 어떤 모습일까? 통계청의 2014 생활시간조사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은 수면(8시간 22분), TV시청(3시간 48분), 가사노동(2시간 23분), 일(1시간 26분), 종교 문화 스포츠(1시간 11분), 교제활동(51분), 기타 여가활동(47분)에 시간을 소비한다. 일자리 실습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은퇴 후에 TV를 주로 봤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TV와 싸우고 있더라고요.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문화 및 교육을 받으러 다녔어요. 수영과 걷기 같은 운동도 하고요.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재미가 있었죠. 그런데, 적지 않게 비용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노인일자리를 하면서 땀을 흘려요. 매우 보람이 있죠. TV와 싸우던 나는 일을 적당히 하고, 그리고 남는 시간은 운동도 하고 새롭게 배우고 싶은 공부도 해요. 삶에 보람도 생기고 활력도 생겨요. 일자리를 통해 본 임금은 크지는 않아도 여러 면에서 큰 도움이 되죠. 지금은 일하는 이 시간이 즐거워요.”
 
 물론, 노인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모든 분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일자리를 통해 뭔가 할 일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자리를 통해 손자녀 또래의 아이들을 돌보거나, 독거노인의 말벗이 되거나, 공원을 지키거나, 땀을 흘려 제품을 만들거나, 택배를 하거나, 인력파견을 통해 취업도 된다. 즉,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일을 통해 얻게 된 돈과 몸을 움직여 찾은 활력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으로 연결된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기초연금에 더해, 일자리를 통해 얻은 금전적 비금전적 혜택은 생각보다 크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그 활력 있는 모습은 일하는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잔치에서도 볼 수 있었다. 계단을 오르내리시는 것이 벅찬 분들이 많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오신 분. 마치 패션 피플처럼 멋지게 옷을 입고 팔짱을 끼고 당당히 걸어오시던 분’도 다수 볼 수 있었다. 분명히, 새로운 이모작 인생을 개척할 능력과 의지, 필요를 갖춘 신인류계층의 모습이 엿보였다. 노인일자리는 분명, 사회복지 혜택의 차원을 넘어서 노인들에게 아직은 희미하지만 새로운 삶의 변화를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퇴직 후 인생이모작을 꿈꾸는 50+들이 모여드는 곳에서는 보다 명확히 볼 수 있다.
 
 
 III. 더 나은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한 제언
 
 나는 최근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만든 60+직무기초교육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서비스인력양성을 위한 기획 분야의 교재를 만드는 일이었다. 마케팅 이론과 실무 경험에 근거해 시니어비즈니스 사례를 책에 썼다. 이러한 노인일자리에 대한 이해에 더해, 사회복지사실습을 통해 현장에서 본 노인일자리 사업은 나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다음은 내가 생각하는 제언들이다.
 
먼저, “노인일자리사업은 사회복지차원을 넘어서 휴먼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은평시니어클럽의 조범기 관장께서 해 주신 조언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은평시니어클럽의 모든 임직원에게서 느낀 철저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신념과 철학은 너무도 강렬했다.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해 부딪치는 여러 어려움들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을 휴먼서비스에서 찾고 있었다. 즉, 단순한 복지차원의 일자리사업이 아니라 존엄성을 가진 어르신들이 수준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은 다분히 복지혜택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대상이나 내용에서 민간의 경쟁력을 능가하기가 쉽지 않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출발점이 복지혜택의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는 조 관장께 다시 물었다. “휴먼서비스를 넘어선 휴먼서비스 비즈니스는 어려운가?” 이 질문에 현장에 뿌리깊이 활동하고 있는 기관장으로서 명쾌하게 답변했다. “아직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품질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일 시장이나, 공공영역의 법과 제도 등이 아직은 성숙되지 못했다.”
 
그렇다. 복지와 산업이 어우러져 있는 전체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시니어비즈니스를 민간주도로만 해 보겠다던 나의 어리석은 모습들이 스쳐지나갔다. 아직은 사회복지에서 휴먼서비스로 노인일자리의 품격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단계다. 그럼에도, 신인류계층이 50+에서 보듯이 점차 늘어난다면, 우리도 일본의 대형백화점에서처럼 노인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풍경을 보다 자연스럽게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또한, 노인일자리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처우개선 및 업무효율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의 열정과 노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그냥 쉽게 주어진 일만 해 내면 될 듯해 보이지만, 그들은 모든 어르신을 성심성의껏 응대하는 수고가 대단하다. 동시에, 어르신들의 사회적 경험 및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를 개발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옆에서 보기에는 벅찬 일이다.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은 수없이 쌓여가는 문서 처리작업이다. 수차례 반복해서 서류들을 정리하고 검토하고 또 검토한다. 사회복지사 업무 중 귀중한 시간들이 서류작업에 쓰이는 것이다. 공공자원을 활용하는 사업이기에 보다 명확해야 하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연구하면 핵심적인 체크를 보다 간단히 처리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진행된 사회복지사업과 관련된 세미나에서 그 개선의 단서를 보았다. 사회복지사업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례업종으로 오랜 세월을 보내왔다. “열악한 처우와 낮은 사회적 관심이, 사회복지사들에게 굳이 불필요할 수 있는 단순 서류작업에 시간을 쓰도록 방치한 것은 아닌가?”, “그 누구도 바꿀 수 없을 것이다”는 현장의 탄식이 충분이 이해는 가지만,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해를 갖고 함께 머리를 맞대면 프로세스 개선도 가능하리라 생각해 본다.
 
노인일자리사업에 대한 15일간의 짧은 실습이었지만, 노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그 일이 삶에 미치는 풍성함을 엿보기에는 충분했다. 노인들은 일자리를 통해 새로운 삶에 대해 도전하고 있다. 아직은 사회복지차원에서 휴먼서비스로 진화하는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휴먼서비스비즈니스로 도약할 희망의 단서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오늘도 묵묵히 뚜렷한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어르신과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은평시니어클럽과 사회복지사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맺는다. 
 
 

silverinews 최학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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