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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㉑ - 사운드 오브 뮤직
  •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 승인 2019.03.1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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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㉑ - 사운드 오브 뮤직
 
 
  - 제작 : 1965년, 미국
  - 감독 : 로버트 와이즈
  - 배우 : 줄리 앤드루스, 크리스토퍼 플러머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70분
  - 수상 : 아카데미 작품, 감독, 음악, 편집, 음향상, 골든 글로브 작품,
          여우주연상
 
 
 
 뮤지컬영화는 매우 미국적인 장르다. 브로드웨이의 오랜 역사, 노래와 댄스를 겸비한 뛰어난 스타, 거대한 자본과 압도적인 배급 능력은 할리우드를 뮤지컬의 본산으로 만드는 중요한 토양이었다. 여기에 시네마스코프 도입과 특수효과, 편집과 음향, 녹음 등 영화제작 기술의 눈부신 비약은 뮤지컬영화 발전에 날개를 달아주는 요소가 됐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승화시킨 노래와 춤은 그 자체가 하나의 대사이며 감정이며 스토리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동화 같은 화면 속에 담긴 노래와 춤은 서사의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기폭제였다.
 
‘오즈의 마법사(1939)’를 비롯해 ‘춤추는 결혼식(1941)’ ‘사랑은 비를 타고(1952)’ ‘오클라호마(1955)’ ‘왕과 나(1956)’ ‘남태평양(1958)’ ‘7인의 신부(1959)’ ‘웨스트사이드 스토리(1961)’ ‘마이 페어 레이디(1964)’ ‘메리 포핀스(1964)’ ‘올리버(1969)’ 등은 뮤지컬영화 황금기(1940~1960년대)의 대표적 작품들이다.
 
뮤지컬영화의 끝판왕
 
1965년 발표된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뮤지컬영화라 할 수 있다.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곡들, 그림 같은 영상, 눈부신 연기,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스토리, 수천억 원에 달하는 수익 등 온갖 화제를 몰고 다닌 작품이다. 당시까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흥행기록을 개봉 1년 만에 깨끗이 갈아치웠으며,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상영되는 등 가히 ‘뮤지컬영화의 끝판왕’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명작 중의 명작이다.
 
수녀 지망생, 세상 밖으로 나오다
 
나치의 합병을 눈앞에 둔 1938년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잘츠부르크. 마리아(줄리 앤드루스)는 수녀원에서 구도의 길을 닦으며 수습 수녀 생활을 하고 있다. 명랑하고 쾌활하며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마리아는 산과 들에 나가 노래 부르는 것이 큰 낙이다. 그러다 보니 자주 미사에 지각해 말썽을 일으킨다. 또 휘파람을 불고 나무에 기어오르는 등 왈가닥 같은 행동 때문에 다른 수녀들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한다.
 
수녀로서 종신서원의 길을 걷기에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판단한 수녀원장(페기 우드)은 마리아에게 잠시 세상 밖으로 나가 다른 체험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예비역 해군대령 폰 트랩(크리스토퍼 플러머)가의 가정교사로 일할 것을 권유한다.
 
기타와 잠옷이 든 가방 하나를 든 마리아는 폰 트랩 대령의 저택으로 향한다. 미지의 세계를 눈앞에 둔 그녀는 힘차게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달래보지만 으리으리한 대령의 저택을 보는 순간 기가 눌린다. 그리고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대령과의 첫 만남. 대령은 남루한 옷차림의 마리아를 무시하며 예절과 규율을 강조하는 집안 전통에 대해 연설을 늘어놓는다.
 
아내가 없는 트랩 대령에게는 모두 일곱 명의 자녀가 있다. 아이들은 대령이 부는 호각소리에 맞춰 제식훈련을 받은 군인들처럼 걷고 행동한다. 대령은 까다로운 행동 규칙과 예절, 학습으로 아이들을 통제해 온 지 오래. 가정교사들은 이런 엄격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그만두기 일쑤다. 마리아는 12번째로 부임한 가정교사다.
 
마리아는 대령의 행동이 동물에게나 할 수 있는 짓이라 여겨 비난하지만 대령은 마리아의 얘기 따윈 흘려듣는다. 아이들도 마리아의 주머니에 개구리를 집어넣는 등 얄궂은 장난을 즐긴다. 큰딸 리즐(샤미안 카)은 남자친구 랄프(다니엘 트러히티)와 밤늦게 데이트를 한 뒤 대령의 눈을 피하느라 함부로 마리아 침실 창문을 넘어오기도 한다.
 
마리아는 경직된 집안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천둥과 번개가 치며 비가 쏟아지자 아이들은 무서움에 떨며 마리아의 침실로 몰려든다. 이내 침대 위에서는 베개 싸움이 벌어지고 마리아는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며 재밌게 논다. 그때 대령이 들이닥친다. 대령은 “취침시간을 엄수하라”고 소리치고 아이들은 혼비백산한다.
 
트랩 대령은 재혼을 염두에 두고 있는 돈 많고 아름다운 미망인 슈레이더(엘리노어 파커)를 잘츠부르크로 데려오기 위해 비엔나로 떠난다. 그 사이 마리아는 아이들과 아름다운 알프스 초원으로 나가 소풍을 즐기며 노래를 가르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마리아를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
 
슈레이더 부인이 도착하던 시각, 마리아와 아이들은 호수에서 배를 타고 노래하다 배가 뒤집혀 몽땅 물에 빠진다. 이 모습을 면전에서 목격한 대령은 크게 화를 내고 마리아에게 당장 떠나라고 말한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화음이 들려온다.
 
대령은 일곱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합창하는 모습을 흐뭇한 눈으로 지켜보던 대령도 분위기에 휩싸인 나머지 스스로 노래를 부르게 된다. 아이들은 엄격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노래를 하는 모습에 놀란다. 노래가 끝나자 대령과 아이들은 서로 포옹하며 감격한다. 대령은 마리아에게 사과한다. “내가 아이들을 몰랐소. ··· 선생이 아이들의 노래를 되찾아 주었소. 가지 마시오.”
 
그날부터 대령의 집에는 노래와 웃음꽃이 피어난다. 대령의 친구 맥스(리차드 헤이든)는 이참에 폰 트랩 가족합창단을 결성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체통을 중시하는 대령은 일반 대중 앞에서 노래하는 것만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긋는다.
 
슈레이더 부인의 요청으로 열린 파티에서도 손님들은 아이들의 노래를 칭찬한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대령은 마리아와 춤을 춘다. 슈레이더 부인은 대령과 마리아가 주고받는 눈빛에서 미묘한 감정을 읽게 된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깨달은 슈레이더 부인은 마리아에게 떠나라는 암시를 보낸다. 마리아는 그날 밤 짐을 싸들고 수녀원으로 돌아온다.
 
마리아가 사라지자 아이들은 상실감에 빠진다. 슈레이더 부인이 가까워지려 해 보지만 아이들은 겉돌기만 하고, 맥스가 노래연습을 하자고 해도 협조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대령은 슈레이더 부인과의 결혼 계획을 발표하여 아이들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다.
 
원장수녀는 우울감에 빠져있는 마리아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자신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고백하는 마리아.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져 괴로워하는 마리아에게 원장수녀는 “자신의 길을 찾아서 돌아가라. 그리고 너 자신의 삶을 살라.”고 충고한다. 모든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원장수녀의 말에 용기를 얻은 마리아는 다시 대령의 집으로 향한다. 마리아가 돌아오자 집안은 이내 활기를 되찾지만 대령의 결혼 계획을 알게 된 마리아는 낙담한다.
 
그러나 마리아를 사랑하게 된 대령은 슈레이더 부인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미 두 사람의 감정을 읽고 있던 슈레이더 부인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고 비엔나로 돌아간다. 마침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마리아와 대령. 둘은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난다.
 
한편 오스트리아로 진주한 독일군은 대령에게 소환장을 보내 독일 해군에 입대하라고 명령한다. 철저한 애국주의자이자 나치 혐오자인 대령은 그 제의를 거절하고 조국을 탈출해 망명하기로 한다. 그날 어둠을 틈타 집을 빠져나가던 대령의 가족은 독일군에 발각돼 전원 체포될 상황에 놓인다. 이때 맥스가 노래대회에 참가하러 가는 길이라고 둘러대는 기지를 발휘하여 일단은 위기를 모면한다.
 
공개된 장소의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던 대령도 하는 수 없이 노래대회에 참가하여 가족합창을 한다. 독일군은 경연이 끝나는 즉시 가족을 연행하기 위해 계속 감시한다. 그러나 대령의 가족은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사이에 대회장을 빠져나와 수녀원으로 피신한다. 1등 입상자로 트랩 패밀리가 호명될 때 아무도 무대 위로 나타나지 않자 독일군은 이들의 행방을 추적한다.
 
수녀원장과 수녀들은 마리아와 대령의 가족을 수녀원 내 묘지에 숨겨준다. 곧 독일군이 들이닥쳐 수녀원 곳곳을 수색한다. 가족을 찾지 못한 독일군이 철수하려던 그때. 독일군 복장을 한 애인 랄프를 본 리즐이 놀라 소리를 내는 바람에 일행은 발각된다. 대령은 랄프에게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랄프는 이를 외면하고 동료를 부르러 간다. 그사이 대령과 가족들은 대기시켜 놓은 차를 타고 수녀원을 빠져나간다.
 
독일군은 대령의 가족을 뒤쫓으려 하지만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아 더 이상 추격하지 못한다. 수녀들이 독일군 차량의 부품을 빼내 감춰버렸기 때문. 수녀들의 도움으로 독일군의 추격을 따돌린 대령의 가족은 드디어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를 넘어 자유의 땅으로 향한다.
 
폰 트랩 패밀리 실화가 모티브
 
‘사운드 오브 뮤직’은 오스트리아 해군 장교 출신인 폰 트랩 대령 일가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실제 폰 트랩 부부. 왼쪽).
 
1938년 미국으로 탈출한 폰 트랩 패밀리는 대령과 마리아 사이에 태어난 자녀 3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의 자녀로 구성한 가족합창단을 꾸려 생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주 초창기에는 불법 이민자로 몰려 격리되는 등 숱한 시련을 겪지만 훗날 명성을 쌓으며 유명인사가 된다.
 
가족합창단은 입소문을 타고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으나 자녀들의 성장과 결혼 등 이런저런 문제들이 누적되면서 1956년 전격적으로 해체됐다. 마리아는 영화 속에서 비춰진 것과 달리 그리 상냥한 인품을 지닌 사람은 아니었다고 한다. 생활력은 강했지만 매사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편이어서 실제로는 자녀들과 불협화음이 잦았다고 전해진다.
 
1949년 마리아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출간했다. 당시 생활고에 시달리던 마리아는 단돈 9천 달러를 받고 독일영화사에 자서전 판권을 팔아버리게 된다. 이 자서전을 원작으로 1956년 독일에서 ‘트랩 패밀리’라는 제목의 영화를 발표해 크게 흥행하자 이를 본 브로드웨이가 1959년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제목으로 뮤지컬을 내놓았다. 뮤지컬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이번에는 20세기 폭스 영화사가 125만 달러라는 당시 유례없는 거금을 주고 다시 판권을 사들여 영화화에 착수했다.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로버트 와이즈 감독과 당대 최고의 음악가 리처드 로저스,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합세해 이야기를 대폭 고치고 새로운 노래들을 삽입했다. 불멸의 뮤지컬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독일 영화사에 판권을 넘길 때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는 바람에 마리아는 영화가 대박 났음에도 단 한 푼의 인센티브를 받지 못했다. 순간의 성급한 결정이 백만장자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그 후의 이야기들
 
‘사운드 오브 뮤직’은 줄리 앤드루스(영국, 1935~ )와 크리스토퍼 플러머(캐나다, 1929~ )에게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다. 두 사람은 영화 경험이 별로 없는 뮤지컬 배우와 전문 연극인이었으나 전격 캐스팅되는 행운을 누렸다. 줄리 앤드루스는 데뷔작 ‘메리 포핀스’가 개봉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했다. 뮤지컬로 단련된 춤과 노래솜씨는 인정받았지만 드라마 연기에 대한 확신은 미흡한 상태였다. 하지만 줄리 앤드루스는 탁월한 재능으로 모든 염려를 잠재우며 ‘뮤지컬 레전드’로 입지를 굳혔다.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노래실력이 안 돼 대역의 목소리를 사용했지만 그의 절제된 연기는 엄격하고 때론 자상한 퇴역장교 아버지 역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운 목소리, 포근한 인상, 착한 심성을 가진 배우로 평가받는 줄리 앤드루스는 1997년 불행한 사고를 겪었다. 성대 결절을 앓은 그녀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나 의료사고로 그만 4옥타브를 넘나들던 아름다운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좌절을 딛고 일어선 그녀는 이후에도 자선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며 열심히 살았다. 2000년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고, 2001년과 2004년 앤 헤서웨이와 공연한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 시리즈에서는 제한적이나마 낮은 음역대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일곱 명의 아역 배우들도 잘 성장하여 지금은 연기자 또는 전문분야 사업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16년 치매 합병증으로 사망한 샤미안 카(73세, 큰딸 리즐 역)를 제외한 6명의 아역들은 지금도 교류하며 혈육 못지않은 우애를 과시하고 있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초원을 잊지 못하던 폰 트랩 가족은 잘츠부르크와 풍광이 흡사한 미국 버몬트 주 스토우 타운에 뿌리를 내린 이후 3대째 리조트 사업을 키워오고 있다. 폰 트랩 대령은 1947년에, 마리아는 1987년에 각각 지병으로 숨졌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스물다섯 살이었다. 함께 조국을 탈출한 일곱 명의 자녀도 지금은 모두 세상을 떠났다.
 
폰 트랩과 마리아, 그리고 일곱 자녀가 고향을 떠나와 새로운 이상향을 꿈꾸며 몸 바쳐 일군 아름다운 버몬트 언덕에는 이제 가족묘지와 그들의 체취가 배어있는 리조트만 남아 옛 이야기의 흔적을 전한다. 그리고 해마다 많은 사람이 그곳을 찾아 그들의 영화 같은 삶을 추억하고 있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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