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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외로운 무(無)연고 사망자, 사회가 함께한다는 믿음 주고 싶어..-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으로 삶의 존엄한 마무리 돕는 비영리단체 ‘(사)나눔과나눔’ -
[ 박진옥 상임이사 (사단법인 나눔과 나눔) 본지 인터뷰 ]
 
죽어서도 외로운 무(無)연고 사망자, 사회가 함께한다는 믿음 주고 싶어..
-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으로 삶의 존엄한 마무리 돕는 비영리단체 ‘(사)나눔과나눔’ -
 
‘(사)나눔과나눔’의 박진옥 상임이사.  그는 아침에 있던 무연고자 장례를 마치고 온 차림으로 인터뷰했다.
 
1인 가구나 비혼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는 무연고 사망자의 쓸쓸한 마지막 여정이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통계로 보아도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200여 명에서 지난 해 2,400여명으로 2배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사후 장례 등에 관한 법 개정의 필요성과 공영장례의 제도화를 주장하면서 한편에서 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치러주고 있는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있어 찾아갔다.
 
비영리단체 (사)나눔과나눔 박진옥 상임이사. 그를 만나기 위해 출입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건물의 비좁은 계단 꼭대기까지 올라가서야 장례복 차림의 그와 마주할 수 있었다. 박 이사는 “아침에 있었던 무연고자 장례를 마치고 돌아와 차림이 이렇다”며 양해를 구했다. “삶의 여정이 죽음까지라 죽음을 이야기하는 건 삶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그 분들(고인)의 존엄한 삶을 마지막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며 차분히 말문을 열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 평온함 가운데 굳은 의지가 엿보였다.
 
“한평생을 같이 살았어도 혈연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연고자로 분류돼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쓸쓸히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한 박 이사는 무연고 사망자의 사후자기결정권과 사후사무에 관한 사례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활동이 알려지게 된 계기에 대해   201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선희 할머니의 장례 등을 시작으로 무연고자의 가족을 대신해 장례를 무료로 치르며 알려졌다. 그간 기초생활수급자 등 다양한 사례의 무연고 장례를 지원했고 공영장례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 무연고 사망자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사업무안내에서 ‘무연고 사망자’란, 연고가 없는 사망자,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자(사망자의 신원 미확인 경우), 또한 연고는 있되 시체 인수를 거부 · 기피하는 경우의 사망자를 말한다.
 
여기서 ‘연고자’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6호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외의 직계비속 △부모외의 직계존속 △형제 · 자매 △사망하기 전에 치료 · 보호 또는 관리하고 있었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 · 보호기관의 장 △시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를 말한다.
 
 
❙ 무연고 사망자 가족, 시신인수 거부의 실상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연고 사망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족 즉, 연고자가 없는 사람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족이 없는 사람은 없다.
 
지난 서울경제신문(2017년 9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가족이 확인된 무연고 사망자 비율이 전국 평균 89.7%, 서울시는 96.3%였다고 했다. 다시 말해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있지만 사회적 · 경제적 · 신체적 능력부족 및 오랜 가족관계 단절 등의 이유로 시신 처리를 국가에 위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고인의 시신을 인수하려 해도 그동안 치료 받으며 발생한 병원비, 안치비 및 가족을 찾기까지의 비용, 장례에 드는 금액까지 몇 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 이상의 상당한 비용이 한꺼번에 연고자에게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박 이사는 “무연고자들도 거의 가족이 있으나 경제적 이유가 시신인수를 거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족 외 연고자 등이 망자의 장례 등 사후사무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관련 단체를 연결하는 등의 조치에 대한 업무지침이 있어야 하나 그렇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시신 위임과정의 문제에 대하여   2018년 11월 말 현재 350여 건의 무연고사망 중 가족 또는 지인이 참여한 장례는 약 60여 건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장례에 참여했던 가족 또는 지인들은 대부분 “여건만 되었다면 고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보내진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다.
 
또한 장례에 참여한 몇몇 가족들에 따르면, 가족의 사망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가서 시신을 확인하자 장례식장 담당자로부터 “돈이 없으면 시신을 포기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현실은 무연고 사망자 장례 등 사후사무에 대한 적절한 정부 정책이 부재한 것이 한 가지 원인으로 분석될 수 있다. 왜냐하면 무연고 사망자 업무를 담당하는 자치구 실무자의 경우 ‘시신처리위임서’를 받으면 망자를 무연고 사망자로 판단하고 그대로 행정절차를 진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이런 상황과 관련해 “법률상의 문제라기보다 적용의 재량에 달린 일”이라며 장례식 담당자의 ‘돈 있으면 인수하시고 돈 없으면 포기하세요’라는 식의 행정처리로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담만 할 수 있어도 무연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며 상담기능(상담센터 신설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 연고자 범위와 그 순위의 적용 문제에 대해   연고자의 범위에 있는 사람 중 누구든 연고자가 시신을 인수하면 무연고자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연고자 범위에서 선순위에 있는 연고자가 시신인수를 포기하면 후순위 연고자는 시신을 인수할 수 없다. 실제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이모가 조카의 장례를 못한 사례】
중랑구 한 병원에서 패혈증으로 돌아가신 무연고 사망자 최ㅇㅇ씨의 장례식에는 나이든 이모와 함께 고인을 가까이서 돌보던 이웃 두 분도 함께 참석했다. 고인은 이모 집 부근에 살았고 이모는 고인의 마지막 병원치료까지 곁에 있었다. 하지만 고인이 돌아가신 후 장례만큼은 이모가 할 수 없었다. 이유는 오랫동안 연락도 하지 않고 멀리 살고 있던 어머니가 고인의 시신을 구청에 위임해 무연고 사망자가 됐기 때문이다.
 
【동생이 형님의 장례를 못한 사례】
서대문에서 살다 심장쇼크로 사망한 이ㅇㅇ씨의 장례에 동생이 참석했다. 갑자기 쓰러진 형의 임종을 지킨 동생에게 장례는 허락되지 않았다. 형의 자녀들이 오랜 단절과 경제적 이유로 시신을 지자체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동생은 조카들을 설득해 형의 장례를 치르고 싶었으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조카들의 전화번호는 알 수 없었고, 결국 형의 장례는 서울시가 진행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에 와서야 치를 수 있었다.
 
박 이사는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 “시신인수를 연고자 범위와 순위에 따라 한정하지 말고 장례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 허용해 주고 그러기 위한 여건도 만들어야한다”고 제언했다.
 
인터뷰 중인 박진옥 상임이사(왼쪽)와 본지의 홍영미 의료보건 · 복지 전문기자 (오른쪽)
 
❙ 삶의 동반자 등이 진행할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문제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혈연 중심의 가족제도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망자에 대한 그 어떤 사후사무 행위도 할 수 없다. 현실의 법·제도가 이렇다보니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등 사후사무를 가족이 아닌 삶의 동반자였던 혹은 친밀한 관계에 있던 누군가가 하려고 해도 불가능하다. 일례로, 사실혼 관계로 20년을 살았던 남편이 본인 품에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무연고 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삶의 동반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장례 등 사후사무를 진행하려 했지만 무연고 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례를 살펴보겠다.
 
【약혼녀 유언에도 불구하고 장례를 못한 사례】
2018년 2월초,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파혼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무연고 사망 여성의 장례가 있었다. 그 여성은 안타까운 선택을 하면서 결혼을 약속했던 연인을 보호자로 지정할 테니 화장해서 뿌려달라는 유언장을 남겼다.
하지만 아무리 유언장을 근거로 경찰이나 변호사에 부탁해도 혈연의 가족이 아니면 장례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나눔과나눔’이 진행하는 무연고 사망자 장례의식에 참석해서야 고인을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고아원 출신의 친구들이 장례를 못한 사례】
2018년 9월 말, 김ㅇㅇ씨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있었다. 신림동 소재 체육공원에서 자살을 선택한 고인은 고아로 가족은 아무도 없었으나 고아원 출신의 친구들은 있었다. 나중에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에 참여한 친구들은 “개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은 것이다. 장례를 하려고 구청직원, 경찰과도 싸웠다. 부모가 없다고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 강하게 항의했지만 무연고 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고인은 스스로 삶을 마무리하기 전 집안 정리 후 “그동안 고마웠어!”라며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돌봄을 제공하던 이웃이 장례를 못한 사례】
2019년 7월, 김ㅇㅇ씨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가 있었다. 이날 장례에 참여했던 지인은 고인의 사망 후 장례를 치르려 했지만 가족이 아니라는 넘을 수 없는 벽 앞에 참으로 많이 낙심했다고 한다. 단절돼서 살아온 가족들에게도 연락해 돈은 자신이 지불할 테니 위임장이라도 써달라고 애원했으나 전화번호마저 바꿔버려 어쩔 수 없이 무연고 사망자로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고인과는 10년 전 우연히 자신의 모친과 같은 병실을 쓰면서 인연을 맺어, 살아계신 동안에는 임대주택에 들어가실 수 있도록 직접 발로 뛰면서 서류도 넣고 세간도 전부 자비로 장만해 주었는데 어느 날 갑작스레 뇌출혈로 별세한 것이다. 장례를 치르고 싶었지만 넘어설 수 없는 법과 제도의 현실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삶의 동반자조차도 진행할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 문제 해결을 위해,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박 상임이사. 아울러 "무연고 사망자로 될 것이 확실한 분들께 명시적으로 본인 의사에 따른 장례를 약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이사는 “직계가족이 아니어도 나와 함께 살고 삶을 공유하는 사람, 내가 믿는 사람, 절망 속에 언제나 도움을 주었던 사람이 장례를 하고 싶다면 국가가 거부할 이유가 무엇인지 검토하고, 법과 제도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 장례 등 사후사무를 진행할 사람이 없는 예비 무연고자   장례 등 사후사무의 문제는 무연고 사망자뿐 아니라 예비 무연고 사망자라고 할 수 있는 가족과 단절된 사람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나눔과나눔에는 다음과 같은 상담 및 문의 전화가 온다.
 
【직계가족이 없는 40대 남성】
2017년 10월,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나눔 사무실에 40대 후반 남성이 전화했다. 상담내용은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아버지와는 거의 관계가 없는 상태이고, 어머니는 약 5년 전부터 실종상태로 외가 쪽 친척과는 연락 없이 살고 있고, 이복형제도 있지만 역시 왕래하지 않아요. 결혼하지 않아 직계가족도 없고 작년에 친누나는 돌아가셔서 이제는 정말 주위에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현재는 요양 때문에 전라도에 와 있는데 죽음이 걱정이에요. 내가 죽으면 왕래도 없는 친척과 이복형제는 시신을 포기할 거고, 그러면 무연고 사망자가 될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비용은 제가 어떻게든 마련해 볼 테니 제 장례를 치러줄 수 있나요?」는 것이었다.
 
【가족과 단절된 60대 남성】
2019년 6월 1953년생 어르신이 나눔과나눔 사무실에 본인의 장례를 해줄 수 있냐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어르신에게 가장 궁금한 주요내용은 ‘자신은 결혼도 하지 않아 직계가족도 없고 가족과의 불화로 죽으면 반드시 무연고 사망자가 될 테니 나눔과나눔이 책임지고 자신의 장례를 치러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어르신께 현재 제도적으로 어렵다고 말씀드렸더니, 왜 안 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고 한참을 말씀하셨다.
 
​【IMF 사업실패 후 가족에게 절대 연락 가지 않도록 부탁하는 80대 남성】
나눔과나눔이 장례를 지원하기로 약속드린 80대 남성분은 부모님이 어린 시절 돌아가셔서 형님과 누나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성인이 되어 연예·방송·패션계에서 활동했으나 IMF사태 발생으로 사업에 실패하면서 노숙자가 되었고, 지금은 수급자로 종로구 창신동 작은 방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후 마음의 깊은 상처로 우울증이 악화되는 고통과 고독사가 걱정되어 대학병원에 시신을 기증하고자 했지만 역시 연고자 문제로 시신조차 기증할 수 없게 되었고, 현재는 본인이 죽은 다음에 절대로 가족에게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고 나눔과나눔이 장례를 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사실을 종로구청장에게 우편으로 호소까지 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급비를 모아서 장례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박 이사는 “본인이 무연고 사망자가 될 것이 확실한 경우, 이들은 본인이 어느 정도의 비용은 부담할 수 있으니 본인의 장례를 본인의 의사에 따라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분들에게 명시적으로 장례를 약속할 법적 근거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30년 후엔 ‘나눔과나눔’과 같은 시민단체가 할 일이 없어 문 닫고 없어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마무리하며 박진옥 상임이사는 재차 ‘나눔과나눔’의 역할에 대해 “하루의 빈소조차 없는 망자의 장례를 사회적 기업에 연결해주고, 저렴한 비용으로 고인과의 이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허브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운영문제에 대해서는 재정 등 지원의 한계가 분명 있음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홍보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야 되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모든 무연고 사망자를 책임질 수 없듯이, 알려지면 그 만큼 더 많은 책무가 생긴다”며 아직은 알려야 되는 당위와 현실적인 문제의 상충이 딜레마임을 내비쳤다.
 
아울러 공공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와 관련해 “한국사회에서 무연고 사망자의 경우 ‘가족을 먼저 찾아야한다’라는 인식이 숙제”라며 “사후자기결정권을 법률적으로 보장해서 비영리성을 갖고 연고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으로 법제도가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연고 사망자 사후사무에 관한 제도, 장례 지원이 하루빨리 잘 제도화돼서 돈 때문에 장례를 포기하는 사례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박 이사는 “30년 후엔 나눔과나눔과 같은 시민단체가 할 일이 없어 문 닫고 없어지는 것이 목표”라며, 사회적 고립으로 홀로 죽고 쓸쓸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다졌다.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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