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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51) - 시네마 천국
  • silverinews 진고개신사
  • 승인 2020.01.1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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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51) - 시네마 천국
 
 
  - 제작 : 1988년, 이탈리아·프랑스
  - 감독 : 주세페 토르나토레
  - 배우 : 필립 느와레, 살바토레 카스치오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23분/155분/173분
  - 수상 :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기억이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 못하던 그때, 변두리의 삼류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일은 큰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 낡은 스크린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필름이 끊겨 실내는 종종 암흑천지로 변하곤 했지만 그 시절 극장은 삶에 지친 도시민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최적의 장소였다.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은 아주 오래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체험했던 기억을 새록새록 되살려 주는 영화다. 소년 토토의 성장과 성공, 유년의 추억과 회상을 통해 눈물 나는 감동을 선사하는 ‘시네마 천국’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도 시실리 바닷가 마을의 어느 허름한 극장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마을 광장의 극장을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희로애락,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온다. 동시에 누군가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커다란 사랑을 남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곰곰 생각하게 한다.
 
세대를 초월한 그들의 우정
 
로마에서 유명한 영화감독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살바토레 토토(살바토레 카스치오)는 어머니로부터 고향 마을극장의 영사기사였던 알프레드 아저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고향을 떠나온 지 어언 30년. 그동안 고향을 한 번도 찾지 않았으며 전화 연락조차 없었건만 알프레드 아저씨의 부음은 토토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게 한다. 침대머리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토토. 그는 아득히 먼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빠진다.
 
2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 시실리의 어느 시골. 이 마을 광장의 낡은 극장 ‘시네마 천국’은 마을주민에게 즐거운 오락을 제공하는 유일한 장소다. 극장 운영자이며 마을의 정신적 지주인 아델피오 신부는 영화개봉 전 반드시 사전검열을 통해 낯 뜨거운 키스신 등 에로틱한 영상을 잘라내는 악역을 담당한다. 성당 복사로 신부를 돕는 여섯 살 꼬마 토토는 자연스럽게 극장을 드나들게 되고 그럴 때마다 알프레드(필립 느와레)가 일하는 영사실을 기웃거린다.
 
알프레드는 토토가 귀엽지만 화재에 취약한 영사실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토토는 신부 지시대로 필름을 커팅하고 있는 알프레드에게 버려진 필름을 가져도 되냐고 묻는다. 알프레드는 그 필름들은 보관해 두었다가 나중에 주겠다며 토토를 달래서 내보낸다. 하지만 토토는 다른 필름 조각을 주어와 불빛에 비춰보며 대사를 읊는 등 점점 영화의 세계에 빠져든다.
 
오늘도 손님들로 꽉 들어찬 ‘시네마 천국’. 담배연기 자욱한 극장은 존 웨인의 서부활극과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영화로 박수가 터지고 웃음꽃이 피어난다. 그러나 키스신이 나올 때쯤 어김없이 끊어지는 필름은 관객의 야유를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친 검열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지난 20년간 키스신을 본적이 없다.
 
그날도 극장에 간 토토는 알프레드가 영사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을 쳐다보며 넋을 잃는다. 그런데 토토는 우유를 사오라고 준 돈으로 영화를 본 것 때문에 엄마에게 두들겨 맞는다. 이를 본 알프레드는 기지를 발휘해 영화 값 50리라를 돌려주어 토토를 위기에서 구해준다. 토토는 슬쩍 윙크를 보내주는 알프레드 아저씨를 보며 더욱 친밀감을 느낀다.
 
다음날 토토는 “영사실에는 출입을 못해도 아저씨와는 친구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알프레드에게 묻는다. 알프레드는 “너는 내 친구가 되기에는 너무 영리하다.”는 말로 웃어넘긴다. 한편 러시아 전선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빠의 사진과 자투리 필름을 담아둔 릴(Reel)상자에 불이 붙는 바람에 여동생에게 화상을 입힐 뻔한 토토는 엄마에게 또 얻어맞는다. 엄마는 알프레드에게 아이에게 필름도 주지 말고 영화관 출입도 막아달라며 악을 쓴다.
 
엄마가 제아무리 아들의 영화관 출입을 막으려 해도 이미 영화에 흠뻑 빠진 토토의 열정을 말릴 방도는 없다. 토토는 매일 극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영사기사가 되고 싶은 토토는 알프레드에게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노(No)’이다.
 
열 살 때부터 영사기를 돌려온 알프레드는 토토에게 영사기사로서 겪는 고충을 들려준다. 좁은 영사실에 언제나 혼자 있어야 하고, 똑같은 영화를 수도 없이 반복해 보아야 하고, 부활절과 크리스마스에도 쉬지 못하는 고된 직업이라는 것이다. 전쟁 때문에 교육받을 기회마저 잃었던 알프레드는 자신처럼 한심한 삶을 살아선 안 된다고 토토에게 충고한다.
 
며칠 후 토토의 교실. 시험을 치르는 꼬맹이들 사이에 늙수그레한 어른 서너 명이 끼어있다. 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마을의 까막눈 어르신들. 초등학교 졸업자격을 얻는 시험을 치르기 위해 모인 그들 가운데 알프레드의 모습도 있다. 수학시험을 보는데 알프레드는 셈이 안 돼 끙끙 앓는다. 반면 신나게 문제를 푼 토토는 알프레드를 돌아보며 약을 올린다.
 
알프레드는 체면불구하고 토토에게 도움을 요청하다 감독관에게 꾸중을 듣는다. 살살 놀리며 알프레드를 당황스럽게 만들던 토토는 영사기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면 커닝을 도와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답안을 보여준다. 그날 이후 토토는 알프레드의 친구가 되어 마음껏 영사실을 드나들며 기술도 전수받는다.
 
극장은 연일 만원사례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게 해달라며 농성을 한다. 사람 좋은 알프레드는 그런 이들을 위해 영사기를 조작하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장면을 광장 건물의 벽면에도 띄우는 놀라운 솜씨를 발휘한다. 알프레드는 환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창 너머로 내다보며 흐뭇해한다. 그러나 그 순간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다.
 
영사기 과열로 필름에 불이 붙은 것이다. 알프레드는 불을 끄려고 영사기로 달려가지만 그만 옷에 불이 옮겨붙는다.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 극장 전체로 퍼진다. 광장에 있던 토토는 극장으로 달려간다. 영사실로 뛰어간 토토는 화상을 입고 기절해 있는 알프레드를 밖으로 끌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날의 화재로 마을의 유일한 오락시설은 사라져버렸다. 잿더미로 변한 ‘시네마 천국’은 검게 그을린 몰골로 흉물스러운 뼈대만 드러내고 있다. 화염 속에 쓰러져 있던 알프레드는 토토의 도움으로 간신히 목숨은 구했지만 그때의 사고로 실명하여 앞을 보지 못한다.
 
얼마 뒤. 복권에 당첨된 나폴리 사람 시치오(엔조 카나발)씨가 불이 난 자리에 건물을 다시 짓고 새 영화관을 오픈한다. 극장 이름은 ‘신 시네마 천국’. 알프레드가 실명을 한 까닭에 마을에서 유일하게 영사기를 다룰 줄 아는 토토가 영사기사로 취직된다. 극장 주인이 바뀌어 사전검열도 사라진다. 이제는 농도 짙은 러브신이 그대로 상영되어 관객의 박수가 터진다. 주권을 상실한 신부는 그럴 때마다 성호를 그으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다.
 
알프레드는 앞이 보이지 않지만 특유의 감각으로 영사실에 나와 토토의 일을 돕는다. 대신 토토는 알프레드의 지팡이가 돼준다. 토토는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 생기자 학업을 그만둘까도 생각한다. 알프레드는 그런 토토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충고를 한다. “이것은 너의 일이 아니란다. 너에게는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시간은 흘러 토토는 건장한 사춘기 청년으로 성장한다. 토토는 엘레나(아그네스 나노)라는 소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새로 전학 온 그녀도 토토에게 호감을 갖지만 은행 중역인 엘레나의 아버지는 둘의 교제를 가로막는다. 상사병에 걸릴 지경으로 사랑의 열병을 앓는 토토. 그러나 잔인한 세상은 토토에게 군 입영통지서를 배달한다.
 
1년이 넘는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토토. 그 사이 극장에는 다른 영사기사가 와 있었고 엘레나도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토토는 두문불출하며 은둔의 삶을 살고 있는 알프레드를 찾아간다. 토토를 만난 알프레드는 일자리도 잃고 연인도 떠나버린 이곳에서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묻는다. 대답을 못하고 있는 토토를 향해 알프레도는 “이곳을 떠나라.”고 말해준다.
 
“여기에 사는 동안은 여기가 세계의 중심인지 알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러나 2년 정도 떠나 있으면 변한 것을 느끼게 되고 그다지 보고 싶은 사람도 없게 되지. 한번 이곳을 뜨면 아주 오래 있다 와야 해. 당장의 넌 나보다 앞을 못보고 있는 것 같구나. 인생은 영화하고는 달라. 훨씬 힘들지. 로마로 떠나거라.”
 
토토는 넓은 세상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돌아와선 안 된다.”는 알프레드의 마지막 말을 새기며 로마에 온 토토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영화는 다시 현실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알프레드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수십 년 만에 고향을 찾은 토토. 그는 엄마가 보관해온 어린 시절의 소품들-스틸 컷, 필름조각, 낡은 영사기, 가족 그리고 알프레드와 찍은 사진 등등-을 보며 추억에 빠진다.
 
다음날 알프레드의 장례식. 운구차는 잠시 마을 광장의 극장으로 향한다. TV와 비디오 보급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극장은 이미 6년 전 문을 닫은 상태.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유명 인사가 된 토토를 알아보며 그에게 존경의 인사를 건넨다. 거미줄이 잔뜩 낀 극장 안을 돌아보던 토토는 영사실의 흔적 속에서 과거 알프레드와 함께했던 시간들을 떠올린다.
 
이튿날. 장례를 마친 토토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신 시네마 천국’의 철거를 지켜본다. 공영주차장 부지로 팔려나간 극장은 순식간에 폭파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한때 극장을 드나들며 정을 나눴던 사람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극장을 보며 아쉬움을 삼킨다.
 
알프레드는 숨을 거두기 직전 토토에게 전해달라며 필름 한 통을 아내에게 맡겨두었었다. 토토는 알프레드가 남긴 그 필름을 건네받는다. 로마로 돌아온 토토는 아무도 없는 어두운 영화관에 홀로 앉아 알프레드가 남긴 필름을 돌려본다.
 
차르륵~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영사기······. 스크린에 비치는 것은 남녀 배우의 격렬한 키스장면! 그랬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시네마 천국’에서 신부의 지시로 잘려나간 필름들을 이어붙인 키스신 모음이었다. 그 빛바랜 필름을 보자 유년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토토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평생의 친구, 영원한 스승, 따뜻한 아버지 같았던 알프레드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토토는 목이 멘다. 생전의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준 알프레드. 그의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토토의 얼굴은 붉게 물들며 젖어든다.
 
인생은 영화와는 다른 것
 
영화 ‘시네마 천국’은 3가지 버전으로 존재한다. 제1버전은 러닝타임 155분의 ‘오리지널 컷’으로써 이탈리아 자국용으로 출시된 최초 필름이다. 제2버전은 123분짜리 영화로, 소위 국제용 축약판(International Shortened Cut)이라고 부른다. 이 필름이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영화제에 출품되어 수상했다. 마지막으로 감독판, 즉 ‘디렉터스컷’이라고 해서 173분짜리 버전이 존재한다.
 
감독판에는 중년의 토토가 고향을 찾았다가 옛사랑 엘레나와 재회하는 부분이 나온다. 감독은 토토와 엘레나의 빗나간 운명,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반면 제2버전은 이 부분을 통째로 드러냈다. 흔히 감독판 편집이 완성도면에서 좀 더 나을 거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지만 ‘시네마 천국’의 경우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제2버전이든, 제3버전이든 어느 것을 보아도 작품성을 만끽하기에는 문제가 없을 만큼 내러티브가 자연스럽다. 오히려 지나치게 친절한 감독판이 영화의 여운을 반감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알프레드 역의 필립 느와레는 커다란 덩치만큼이나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씨를 지닌 이웃 아저씨 캐릭터로 나와 어린 토토를 자식처럼 아낀다. 스스로 멘토가 되어 토토의 미래를 설계해주고 죽는 순간에는 소년의 꿈이 담긴 필름 통을 선물로 남겨 울림을 준다. 우편배달부와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우정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1994)’로 국내 팬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던 그는 자국에서 국민배우의 칭호를 얻을 만큼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지만 2006년 암으로 별세하여 프랑스 국민을 슬프게 했다.
 
앙증맞은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은 토토 역의 살바토레 카스치오(1979~ ). 3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이 꼬마의 출연 당시 나이는 9세. 연기 초년생인 살바토레 카스치오는 타고난 천재성으로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BAFTA) 남우조연상을 수상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그해 남우주연상은 필립 느와레 몫이었고 로버트 드 니로, 톰 크루즈, 숀 코네리가 그와 경합했다. 알 파치노는 살바토레 카스치오에게 물을 먹어 남우조연상 수상에 실패했다). ‘시네마 천국’ 이후 몇 편의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애초 연기에 흥미가 없었던 살바토레 카스치오는 현재 시실리에서 식당과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토토 역은 세월의 흐름에 맞춰 3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살바토레 카스치오를 비롯해 청년 토토는 핸섬보이 마르코 레오나르디가, 중년의 토토는 원숙미 만점의 자크 페렝이 맡았다. 감독판에서 모습을 보이는 중년의 엘레나 역은 고전영화 ‘금지된 장난’에서 전쟁고아 뽈레트를 연기한 브리지트 포시가 맡아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한다.
 
알프레드와 토토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감성적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단연 엔리오 모리꼬네의 멜로디다. 오프닝 스코어 ‘Love Theme’와 아들 안드레아 모리꼬네와 협업한 엔딩곡 ‘Cinema Paradise’의 선율은 가히 천상의 멜로디라 할 만큼 아름다우며 영상과의 완벽한 조화로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영화 ‘시네마 천국’ 속의 극장 ‘시네마 천국’은 도시민의 천태만상 삶을 축소해 놓은 현장이다. 담배연기와 소음이 뒤섞인 실내, 글을 몰라 자막을 못 읽는 자를 위해 큰 소리로 대사를 읽어주는 사람, 야한 장면이 나오면 바지에 손을 넣고 장난치는 아이들, 흥분한 나머지 노골적인 성행위를 하는 어른들, 2층에서 아래로 침을 뱉는 인간 등등. 극장은 그렇고 그런 인간들로 넘쳐나지만 그 속에는 도시 서민들의 웃음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라고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임검석(臨檢席)의 경찰 눈을 피해 몰래 숨어들어간 변두리의 극장 안은 늘 퀴퀴한 쥐 오줌 냄새와 어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뿜어대는 매캐한 담배연기로 숨조차 쉬기 어려웠으니까. 지정좌석제가 없어 먼저 자리를 잡으려고 뛰거나 의자를 타고 넘어 다니는 진풍경이 다반사였고 그러다 시비가 붙으면 드잡이로 발전하기 일쑤였다. 어디 그뿐인가. 의자에 씹던 껌을 붙여놓고 나가는 심술 맞은 사람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비로소 눈앞에서 사라지고 없어질 때 더 그립고 아쉬운 법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그때가 가끔씩은 그리워지는 것도 다 그런 이치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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