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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호모헌드레드 시대 발달의 의미
본지는 ‘한국노년학회’의 칼럼을 오늘부터 매월 1회 게재한다.
 
‘노년학’(gerontology)은 보건의료 · 복지 등 현실적인 이슈를 포괄, 초월하면서 그들의 기반이 되는 노화와 노인에 관련된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종합과학이다.
 
이번 칼럼 연재는 본지 독자들에게 학문적 부분과 아울러 너무 무겁지 않은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연구성과와 경험을 지닌 노년학자, 연구자, 활동가들 나름대로의 생각과 고민, 의견을 접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1978년 발족, 42년간 각종 고령화 문제들에 대응하고 노년학의 학문적 발전에 기여하면서 7000여 명의 학회원을 가진, 명실공히 노년학 연구의 최고 다학제적 학술단체로 자리매김한 한국노년학회 쟁쟁한 필진의 글을 독자들과 함께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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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호모헌드레드 시대 발달의 의미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불과 50년 전까지만 해도 ‘발달’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고전적인 ‘발달’의 개념은 생애 초기 즉 영유아기로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양적 성장을 일컫는 개념이었다. 이런 고전적 ‘발달’의 개념이 전생애에 걸친 변화와 유지 그리고 쇠퇴를 포함하는 ‘전생애발달’로 바뀐 것은 1970년대에 들어서였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인간은 출생 초기부터 키와 골격 등 생물학적인 양적 성장이 완성되는 청소년기까지로 끝난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발달’이 생애 초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전생애에 걸쳐 일어난다는 새로운 관점의 대두는 인간발달에 대한 관심을 생애 초기로부터 생애 후반 노년기까지로 확대시켰고, 노년과 노화 그리고 노년학 연구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에도 일조하였다.

 
 전생애 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성장은 물론이고 노화 심지어 쇠퇴까지도 모두 발달의 형태 안에 포함될 수 있다. 또 발달은 생애 어느 한 시기 혹은 일부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생애 전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변화이다. 이러한 전생애 발달 관점을 폴 발테스(Paul Baltes)는 다음의 여덟 가지 특징들로 설명한다.
 
 첫째, 발달은 인생 전체에 걸쳐 일어난다. 즉, 발달에는 핵심적인 연령대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떤 기능이나 능력을 습득하거나 발달시키는 데 있어서 가장 적합한 시기 즉 발달의 ‘민감기(sensitive period)’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시기 이전 혹은 그 시기 이후라고 해서 발달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즉, 발달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언제나 이루어질 수 있다. 발달의 이러한 특징은 특히 노년기 학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주었으며, 노년학의 한 분야로서 노년교육학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둘째, 발달은 다차원적(multidimensional)으로 일어난다. 전생애에 걸친 인간의 발달은 생물학적 차원뿐 아니라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 등 모든 차원에 걸쳐 진행된다. 또 한 차원의 변화가 다른 차원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고 각 차원의 변화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쉽게 말해 몸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나 행동도 함께 성숙하며, 마찬가지로 몸만 노화되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인지도 함께 노화된다.
 
 셋째, 발달은 다방향적(multidirectional)이다. 생애 중 어떤 시기에도 발달에서 증가 혹은 성장만 일어나는 시기는 없으며, 마찬가지로 감퇴와 쇠퇴만 일어나는 시기도 없다. 모든 시기에서 증가와 감퇴가 동시에 일어난다. 즉, 골격이 커지고 근육량이 증가함과 동시에 유연성은 줄어들고, 근육의 힘이 감소하는 한편에서는 인생의 경험과 지혜가 쌓여간다.
 
 넷째, 전생애를 통해 발달의 가소성(plasticity)이 존재한다. ‘가소성’이란 변화의 가능성으로서, 전생애를 통해 언제든 개인의 능력은 변화할 수 있다. 개인의 잠재력은 경험과 훈련을 통해 유지 혹은 증가될 수 있으며, 노화에 따라 학습과 훈련에 의한 계발의 속도가 다소 둔화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소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노년기 학습은 속도의 문제이지 가능하냐 불가능하냐의 문제는 아니며, 노년기에도 새로운 능력을 학습하거나 훈련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인간의 잠재력은 어느 정도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발달은 다학제적(multidisciplinary)으로 이해하고 연구되어야 한다. 인간의 발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생애에 걸친 다양한 삶의 측면들 모두를 이해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학문 만으로만 인간의 삶과 발달을 충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바로 노인 및 노화에 관한 다학제적 연구 ‘노년학’의 존재 이유이다. 인간의 노화과정과 노화하는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학, 사회학, 생물학, 심리학, 복지학, 가족학, 교육학, 간호학, 정치학, 체육학 등 다양학 학문들 간의 협력과 소통이 요구된다.
 
 여섯째, 발달은 맥락적(contextual)이다. 모든 발달은 특정 맥락에 의존하여 즉 특정 맥락 속에서 일어난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그 사건과 마주하느냐에 따라 그 사건의 경험이 개인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따라서 인간발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험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환경까지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일곱째, 발달은 성장뿐 아니라 유지와 쇠퇴까지도 포함한다. 발달은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숙, 기능의 유지와 쇠퇴까지를 모두 포함하는 변화이다. 따라서 개인의 발달은 결국 전생애에 걸친 성장, 유지, 쇠퇴 등의 과정을 어떻게 통제하고 또 그 과정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여덟째, 발달은 유전과 환경, 그리고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 따른 결과이다. 개인의 발달에서 유전과 환경의 영향력뿐 아니라, 그 영향력을 개인이 어떻게 통제하는가가 중요하다. 즉, 인간은 단순히 유전과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그 영향을 능동적으로 통제하고 이용하는 존재이다. 개인의 발달에 있어서 개인의 통제력 밖에서 결정되는 것은 거의 없으며, 개인의 선택과 노력, 적응에 의해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이러한 전생애발달의 특징은 인간의 생애에서 노년기가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그리고 전생애를 통한 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UN은 2009년 발표한 <세계인구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지금의 시대를 ‘호모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로 규정하였다. 즉 현시대를 의학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되는 시대라고 선언한 것이다. ‘100세 시대’란 모두가 100세까지 사는 시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력만 한다면 우리 중 상당수는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임을 의미한다.
 
 100세의 인생을 과거의 기준, 즉 출생으로부터 20세까지 성장하고 50세까지 유지하며 이후 노화하는 과거의 틀에서 본다면, 우리는 생애 중 절반 이상을 쇠퇴하며 지내야 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천만 다행히도 100세 시대에 달라진 것이 늘어난 수명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늘어난 수명에 맞춰 각각의 생애주기가 갖는 기준과 의미도 달라진다. 2015년 UN에서는 과거의 연령 기준을 100세 시대에 맞춰 재조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즉,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분류할 것을 제안하였다. 인생 100세에 맞춰 더 오래도록 건강하고 활동적으로 유지해야 하며, 100세 시대이니 그 이상을 살아야 장수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제안이다.
 
 작년에 <100년을 살아보니>의 저자이자 100세를 맞이한 김형석 교수를 학회에 초청하여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100년을 살아본 그분의 증언도 위 UN의 제안과 비슷했다. 60세부터 75세까지는 계속 배우고 성장하며 또 퇴직 후 직장이나 특정 직업이라는 좁은 경계를 넘어 더 넓은 사회를 위해 일하는 인생 최고의 황금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90세까지는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유지하고 활용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즉, 75세까지 계속 학습하고 성장하며 90세까지 유지하고 남은 생애 10년 정도 쇠퇴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평균 60년에서 최대 80년을 살던 시대에는 생애 초기 30년 동안만 학습하고 성장하고, 60세까지 유지하며, 그 이후 쇠퇴했다. 그러나 평균 80년 이상 최대 100년 이상을 사는 지금 100세 시대에는 60년 혹은 70년 동안 계속 학습하고 성장하고, 80~90세까지 유지하며, 그 이후 쇠퇴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닐까 싶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호모헌드레드 시대야말로 ‘발달’을 전생애에 걸친 성장과 유지, 그리고 쇠퇴의 모든 변화로 정의한 ‘전생애발달’의 개념이 진정으로 실현된 때라고 할 것이다. 진정한 ‘호모헌드레드’가 되기 위해서는 60세 이후에도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학습하며, 그 능력을 최대한 90세 이상까지 유지하기 위하여 노화로 인한 자신의 변화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도 적응하도록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한정란
 
  <주요 약력>
   o 2001. 3 - 현재 : 한서대학교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o 2019. 7 – 현재 : 한국노년학회 회장
   o 2019. 7 – 현재 :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부회장
   o 2015. 1 – 2018. 12 : 한국노년교육학회 회장
   o 2015. 6 – 현재 : 한국노인의료복지학회 부회장
   o 1990. 2 – 1992. 2: 대통령직속 21세기 위원회 연구원
   o 연세대 교육학과 - 학사, 석사, 박사
 
  <저서>
   o 노인교육론 (2015, 학지사)
   o Ageing in Korea: Today and Tomorrow (2013, 한국노년학회) 외 다수
 
 
 

silverinews 한정란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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