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달(나이 62세). 이른 나이에 배우자와 사별 후 혼자 지내다 작은 모임에서 만난 김미숙(나이 53세)와 재혼 3년차 부부이다. 뒤늦게 만난 새로운 인연에 나이차이도 제법 있어 문달씨는 미숙씨에게 늘 살갑다.

그런 미숙씨가 최근 들어 이유 없는 짜증에 전에 안하던 행동으로 문달씨를 당황케 한다. 한 겨울에 갑자기 덥다고 창문을 열어젖히고, 초저녁잠이 그리도 많던 사람이 깊은 잠도 못 이루고 새벽에 거실을 서성이며, 잦은 잠자리는 아니지만 그나마 함께하는 잠자리도 이유 없이 거부하고 혼자 한숨을 내쉬며 식사도 제대로 못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선물도 해보고, 좋은 음식점도 데려가 보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나 해서 약도 구해 먹어봤지만 미숙씨의 증세는 더 심해져 갔고 최근에는 갑작스레 젊을 때 수술한 쌍꺼풀 수술 땜에 머리가 너무 깨질 듯 아프다고 소란을 피웠다.

압구정도 성형외과 상담실

평소에 친형님처럼 모시는 문달씨에게 며칠 전 조심스런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아내가 아무래도 이상한데 정신과는 못 데려가겠고, 성형외과의사도 의사이니 마침 쌍꺼풀 땜에 머리도 아프다고 하니 아우인 자네가 잘 좀 봐달라고...

긴장하며 들어서는 미숙씨를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 박원장은 평소 드시는 약이나 주사 알레르기, 이전 병력 등의 간단한 질문을 던지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안면 홍조에다가 쌀쌀한 날씨에 이마와 콧등에 송글거리는 땀을 보면서 박원장은 미숙씨에게 경계심을 없애며 마지막 생리 날짜, 생리주기의 규칙성, 생리량 등을 체크해 본다.

페경 
(난소가 노화되어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아생기는 현상으로 질병이라기보다는 자연적인 신체노화 과정중의 하나)

미숙씨에게 최근에 힘들어 하시는 일련의 증상들이 페경이 가까와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 현상이라고 설명 드리며, 이른 흔히 폐경증후군, 갱년기 증상이라고 안심시켜 드리고 즉석에서 친구인 산부인과 최원장에게 전화해서 진찰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드렸다.

쌍꺼풀로 인한 두통은 그전에도 있었던 현상인데 최근에 더 심해졌다고 하셔서 진찰해보니 젊은 시절 너무 진하고 큰 쌍꺼풀을 만들어 놓아 정상적으로는 쌍꺼풀 수술 후 눈뜨는 것이 더 편해야 하는데 오히려 눈뜨는 것을 방해 하다보니 자꾸 눈썹을 쓰게 되어 이로 인해 눈이 쉽게 피곤하고 심할 때는 두통까지 오는 현상이라고 설명드리고 재수술을 통해 진한 쌍꺼풀을 풀고 라인을 낮추며 안에 눈뜨는 근육의 힘을 보강하는 눈매교정 수술까지 하기로 했다.

두 달 후 문달씨가 초대한 근사한 저녁식사 부부동반모임.
한결 편안해 보이는 미숙씨의 아직은 어색하지만 눈썹을 쓰지 않고 크게 떠지는 눈의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식사하는 박원장을 바라보며 문달씨는 “어이 박원장, 자네는 성형외과의사 하지 말구 정신과 의사하지 그랬어... 우리 집사람이 완전히 자네 팬이 되었어... 요즘엔 어디 가나 자네 자랑뿐이야...” 너스레를 떨며 와인잔이 넘치게 비싼 와인을 부어준다.

이어서 조용히 미소만 짓던 미숙씨가 와인잔을 건배하며, 늦은 나이에 재혼이라는 커다란 짐을 짊어지고 싫은 소리 한번 안 하며 신뢰를 보여주고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보여준 남편 덕분에 이렇게 빨리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문달씨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선배 부부의 다정한 모습에 부러워하며 얘기하던 중에 와이프가 허벅지를 꼬집으며 한마디 한다. “남한테는 그렇게 잘하고... 언니한테 들었는데 형부는 밤일도 아주 열심이라고 하던데... 당신은 뭐냐?”

애써 헛기침을 하며 앞에 앉은 대리기사님에게 안전운전을 부탁해본다.
“아 오늘밤은 아주 힘든 밤이 되겠네...”

박철수(찰스성형외과 대표원장)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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