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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 서울낭송회'와 함께하는 금주의 시 (24) <배수구 뚜껑에 부치다>

 

 

배수구 뚜껑에 부치다
 
이풍호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이 나라의 버스를 사랑한다
누르면 열어주는 그 단추를 사랑한다
 
걷노라면 피자에 치킨 냄새가
코를 찌르기도 하지만
체취의 대종은
마늘의 김치인
이 나라의 속냄새를 사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할아버지 할머니가
흙속에 누워계신 이 나라를 사랑한다
 
어느 밤 친구들과 만나
이 나라의 술을 마시고
이 나라의 말로 상하좌우
걸림없이 맘껏 무찌르고
거나하게 개선해도 거리낄게 없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가끔은 오줌이 급해서
전철역에 들어 갔지만
저 너머 개찰구안에만 화장실이 있어 욕을하고 되돌아 나오며 더 급하게 들어간 옆 상가 화장실 문도 잠겨있어 욕을 더 푸지개 하고 나왔지만 그래도 인적이 없는 역 근처 전봇대 아래 어디에
예비군 병장 계급장 모양 일자
구멍을 내놓은
배수구 뚜껑이 있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 작가약력 -------------------------------------
 
  * 1958년생
  * 고대영문과졸
  * KBS,SBS피디로 퇴직

 

 

silverinews 이풍호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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