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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초고령사회를 위한 세대공존의 준비
초고령사회를 위한 세대공존의 준비
 
한정란(한국노년학회 회장 / 한서대학교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한정란 (한국노년학회 회장 /
한서대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 인구의 15.7%로, 국민 6명 중 1명이 노인이다. 그리고 5년 후인 2025년에는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이른바 “초고령사회”에 들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초고령사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초고령사회’란 고령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즉 노인이 많고 상대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하는 젊은 인구는 줄어드는 사회이며, 따라서 사회의 노인부양부담은 커지고 생산력은 둔화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이와같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 외에도 초고령사회에 예상되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초고령사회가 되면 동시대에 생존하는 세대 수 그리고 생존하는 연령의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고령화 이전에는 조부모세대, 부모세대, 그리고 자녀세대 등 3세대가 함께 살아갔다면, 초고령화된 사회에서는 고조부모 및 증조부모세대, 조부모세대, 부모세대, 자녀세대 등 4~5세대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반면, 사회의 변화속도는 가속화되어 세대 간의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통신의 발달 속도를 살펴보면, 1988년 음성통화만 가능한 1세대(1G) 아날로그 통신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후, 1996년 음성통화 외에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2세대(2G) 디지털 이동전화가 상용화되었고, 2000년 고속으로 문자, 음성,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3세대(3G) 이동통신기술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초고속 이동통신서비스인 4세대(LTE; 4G) 이동통신서비스가 시작되었으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시작된 5세대(5G) 통신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 즉, 1세대 이동통신 시대에서 5세대 이동통신시대까지 발전하는 데 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회학적으로 한 세대가 30년의 시간 차로 정의되는 점을 생각하면, 이동통신 발달에서 네 개의 세대 이동에는 사회학적으로 한 세대도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서로 다른 교육을 받은 여러 세대들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세대 간에 차이와 이해의 간극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세대가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 전송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실시간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가 전송되는 5G시대가 도래하였다. 그 속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소비하며 변화를 선도하는 젊은 세대와 그렇지 못한 노년 세대 간의 간극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져 버렸다.
 
초고령사회란 단순히 노인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세대차이가 큰 여러 세대들이 한 사회 그리고 한 시대 속에서 부딪히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 초고령사회가 되면, 마트의 판매원이 응대하는 고객, 약국에서 약사가 만나는 고객, 그리고 버스기사가 태우는 승객 5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일 것이다. 따라서 초고령사회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있어 바로 자기 자신의 일이며, “노인이 너무 많아 문제”라거나 “노인들이 문제”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인류 역사상 세대 간의 차별이나 갈등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든 있어왔다. 지금의 노인들도 과거에는 청년이었고 자신들의 윗세대인 당시 노인 세대와 갈등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의 세대 간 갈등은 단순히 생애시간이 다른 연령집단 간의 갈등을 넘어 정치적 이념 대립과 경제적 이해 갈등까지 더해지면서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주로 정치적, 이념적 노선에서 우파적 성향을 지닌 노인 세대와 좌파적 성향의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은 현 정부 들어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그 사이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청년층까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사태를 바라보면서 노년층이 주요 구성원인 극우 정치단체들의 무분별한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세대갈등은 노인 혐오 현상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노인을 어른으로서 공경하고 모셔야 할 대상으로 또 보호하고 돌보아야 할 사회적 약자로 생각하던 과거와는 달리, 노년층에 집중된 과도한 복지혜택에 대한 소위 3포를 넘어 N포 세대 청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노인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틀니 소리를 빗댄 “틀딱”이나 연금을 축낸다는 “연금충”, 시끄럽게 말한다는 “할매미” 등 노인 혐오의 표현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널리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서는 다른 세대, 특히 노인 세대와 부딪히지 않고 자기 세대끼리만 살아가기는 힘들다.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거대인구집단이 된 노년층과의 만남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동시대에 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세대들은 좋든 싫든 서로 만날 수밖에 없고, 서로 부딪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지금이야말로 모든 세대가 서로 이마를 맞대고 사이좋게 공존하면서 지속가능한 초고령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세대 공존의 첫걸음은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세대가 “틀림”이 아니라 차이로 인한 “다름”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젊은 세대는 노인 세대에 대해 그리고 노인 세대는 젊은 세대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잘 모르고 낯선 것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불편하게 느낀다. 잘 모르는 다른 세대에 대해 경계하고 그 경계는 차별과 혐오를 만들어내기 쉬운 반면, 다른 세대에 대한 지식과 정보다 점점 더 많아지고 서로 익숙해질수록 다른 세대에 대한 태도도 더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따라서 세대 간의 이해를 돕는 교육과 각 세대에 대한 다양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특히 노인세대는 한 때 청년이었기 때문에 시대적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청년기의 특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은 아직 한 번도 노인이 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노인들이 젊은이들을 이해하는 것보다 젊은이들이 노인들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그러므로 세대 간 이해 교육에 있어서 노인 세대에 대한 청년 이해 교육보다도 젊은 세대에 대한 노인 이해 교육이 더 강조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와 더불어 세대가 함께 하는 다양한 경험들, 이른 바 다양한 “세대공동체” 경험들을 통하여 세대 간의 차이점보다 세대 간의 공통점을 찾고 세대공동체의식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세대별로 나누어 학습하고, 세대별로 나누어 일하고, 세대별로 나누어 여가를 즐기기보다는 세대가 함께 배우고 일하고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대공동체는 단순히 공간을 합치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서로 다른 세대들을 한 공간 안에 모아 놓는다고 저절로 세대 간에 공동체의식이 생기고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공간 안에 있어도 세대가 서로 경쟁하고 대결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세대 간의 갈등과 반목은 더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세대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협력할 수 있도록 공동의 목표를 제시하고 서로 간의 공통점을 찾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미국의 템플대학교(Temple University) ‘세대간센터(Intergenerational Center)’에서는 다양한 세대공동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노인 멘토(mentor)와 중학생이 짝을 이루어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하는 ‘Across Ages’ 프로그램, 미국 노인들이 이민자 아동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Bridges’, 방과 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는 맞벌이 가정 아이들에게 노인봉사자들이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해주는 ‘Grandma Please’, 노인봉사자들이 장애아 가정에 방문하여 장애아를 돌봐주고 가족들에게 휴식의 기회를 제공하는 ‘Family Friends’와 반대로 대학생 봉사자들이 아픈 노인이 있는 가정에 방문하여 노인을 돌봄으로써 가족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Time Out’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대공동체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도 한 복지시설 안에서 아동시설과 양로시설을 함께 운영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세대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유도하며, 지역의 초중고 학교시설을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사회 주민들과 노인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거나 노인의 날, 사생대회, 체육대회 등 다양한 학교 행사에서 아이들과 노인이 함께 하는 활동들을 운영하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면서 단순히 노인들의 복지나 출산율 제고를 위한 노력뿐 아니라 세대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세대 공존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한정란
 
  <주요 약력>
   o 2001. 3 - 현재 : 한서대학교 보건상담복지학과 교수
   o 2019. 7 – 현재 : 한국노년학회 회장
   o 2019. 7 – 현재 :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부회장
   o 2015. 1 – 2018. 12 : 한국노년교육학회 회장
   o 2015. 6 – 현재 : 한국노인의료복지학회 부회장
   o 1990. 2 – 1992. 2: 대통령직속 21세기 위원회 연구원
   o 연세대 교육학과 - 학사, 석사, 박사
 
  <저서>
   o 노인교육론 (2015, 학지사)
   o Ageing in Korea: Today and Tomorrow (2013, 한국노년학회) 외 다수
 
 
 

silverinews 한정란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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