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트의 열풍이 계속되는 2021년, 우리 전통 가요 및 옛 가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 광복,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 고난의 시대를 거치며 국민의 위로가 되어준 가요를 추억하며 1980년대 이전의 가요명곡을 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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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강점기 말, 외국을 떠도는 유랑의 아픔을 절절하게 노래하며 10만 장의 앨범 판매를 기록한 곡으로 1938년 유랑극단으로 데뷔한 백년설의 대표작이자 첫 번째 히트곡이다.
나그네... 참 쓸쓸한 단어다. 어감만으로도 왠지 쓸쓸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설움이라니 어울리는 조합이면서도 쓸쓸하고 외로운 감정이 더해진다. 나그네 설움은 노래 제목도 그렇지만 “오늘도 걷는다만은 정처 없는 이 발길”로 시작하는 앞 소절로도 대중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아무리 걸어도 발길은 딱히 갈 데가 없는 일제 강점기 당시 조국을 잃어버린 모든 국민들의 마음도 그랬으리라. 내 이야기 같은 곡에 더 공감하는 대중가요의 특징상 나그네 설움의 인기는 당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진정성이 더해 졌기에 사랑받는 불멸의 가요가 됐는지도 모른다.
백년설은 나그네 설움으로 최고 인기가수가 되어 한창 사랑을 받던 1942년 일본의 유명한 국군가요를 번안한 ‘모자상봉’이라는 곡을 발표한다. 이후 가수들의 권익 보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가요계를 지켰으나 한때 일제를 찬양한 노래 ‘모자상봉’을 불렀다는 죄책감에서 자신을 지키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모든 활동을 접고 1970년대 말 미국 LA로 이민을 가 타향에서 나그네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일본국군가요를 번안한 곡을 불렀다는 죄책감으로 자신이 누리고 있던 부와 명예를 결국 모두 던져버린 백년설은 노래와 마음이 하나가 되지 않은 멍에에 자유롭지 못한 순수한 대중가수였다. 가수는 그렇게 노래와 마음이 혼연일체가 되어져야 그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가보다. 나그네 백년설처럼.
silverinews 허길우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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