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예·오락 액티브 시니어
[실버기획] ‘공감’ 다가가기, ‘치매’ 영화로 보다- 치매 영화 시리즈①-① '그대를 사랑합니다’
 
‘공감’ 과연 ‘치매’를 공감할 수 있을까? 경험하지 않아도 막연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하지만 치매의 그 정신 상태를 우리는 과연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
 
중학생 시절 주택으로 이루어진 동네 큰 대로변에서 집을 찾아달라는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긴 치마를 입고 있었다. 나는 할머니가 얘기하는 곳으로 그냥 무작정 걷고 걸었다. 하지만 집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경찰서에 들어가서 말했다. “할머니가 집을 모르신대요.” 하지만 경찰들은 그냥 쳐다보기만 했다. 그러다 몇 마디 묻고는 그냥 나가란다. 그 당시에는 경찰들이 시키는 대로 할머니를 경찰서에서 다시 모시고 나왔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 대체 왜 그날의 경찰들은 할머니를 그냥 내보냈을까.
 
나는 할머니와 함께 언덕배기 집들을 향해 올라갔다. 할머니가 나보고 가라고 하신다. 어둡고 늦었다고. 할머니가 긴치마 허리춤의 꽁꽁 묶인 비닐 틈에서 동전을 꺼낸다. 500원짜리를 꺼내신 할머니는 나에게 가져가라고 주신다. “아녜요”라고 거절해도 끝까지 가져가라고 주시는 할머니, 그리고는 “가라고, 가라고” 하시는 할머니. 할머니는 내가 먼저 발걸음을 떼기 전에 언덕으로 언덕으로 이동하셨다, 할머니는 집을 찾으셨을까?
 
그날의 기억은 필름처럼 한프레임 한프레임 낱장으로 이어진다.
 
치매 이야기를 다룬 영화들을 찾아본다.
 
“그날 우연히 마주쳤던 할머니가 집을 찾아 헤매었듯이 집에 있는 가족들도 할머니를 찾아 나섰을까?”
 
치매 관련 주제를 다룬 영화들은 가족들이 등장한다. 치매를 가진 가족들의 고통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대를 사랑합니다’(감독 추창민)는 배우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등 연기파 출연진들로 주목을 받는다. 연극으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았다.
 
“‘This couple is’ 2011년 사랑 가득한 2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시스트들이 전하는 행복 바이러스가 퍼진다!” 영화 소개만 보면 행복한 러브라인이 연상되는 영화이다. 그러나 출연진을 확인해 보면 예사롭지가 않다. 이순재, 윤소정, 송재호, 김수미 출연진만 봐도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는 영화일까 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이 영화는 치매와 로맨스라는 치명적인 구성을 갖고 있다.
 
동네 욕쟁이 김만석 할아버지(이순재)는 버럭 화를 내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그는 우유배달을 하다가 폐지를 줍는 송씨 할머니(윤소정)를 짝사랑한다.
 
주차장을 관리하는 장군봉 할아버지(송재호)는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 조선이(김수미)를 돌보며 매일 같이 "사랑합니다"라고 얘기를 한다.
 
두 어르신 커플들의 사연으로 영화는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인연이란 늘 그렇듯 뜻하지 않은 일들로 이어진다. 김만석 할아버지는 송씨 할머니와 오토바이에 걸린 돌이 손수레에 굴러가면서 인연이 된다.
 
장군봉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린 아내가 집을 나가자 찾으러 다닌다. 김만석 할아버지는 길을 잃은 조선이 할머니를 돌보고 있었고, 그렇게 네 사람은 인연을 맺는다.
 
일명 두 커플은 각기 다른 사연과 방식으로 로맨스를 펼친다.
 
글을 몰라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송씨 할머니에게 김만석 할아버지는 ‘예쁜이’라는 애칭을 지어 준다. 영화 속에서 소소하지만 뒤늦게 찾아온 행복을 두 사람에게서 보여준다.
 
장군봉 할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조선이 할머니와의 사랑의 결과는 다소 비극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자식들은 본인에게 치매에 걸린 노모를 모시라고 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은 오늘날 우리 모습과도 닮아 쓸쓸함을 안긴다. 결국, 방 안 창문에 테이프를 붙이고 연탄불을 피워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와 마지막까지 동행한다.
 
마지막으로 장례식장에서 77살까지 살았으면 호상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에게 김만석 할아버지는 “호상이라고 말하지마 이놈들아! 세상에 잘 죽는 게 어디 있어! 늙어서 죽으면 다 호상이야!”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한다.
 
노년의 사랑은 무슨 빛깔일까? 치매에 걸린 아내에게 늘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랑.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보면서 저자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단색으로 지정할 수 없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다양한 색깔로 담긴 것이다.
 
 

silverinews 안승희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강다은 2022-07-09 08:01:06

    예전에 이영화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있어요.감동적이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는 영화였네요.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