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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 서울낭송회'와 함께하는 금주의 시 (117) 너머의 손짓

 

 

너머의 손짓
 
이정원
 
 
너머를 기웃거리는 날입니다
 
눈짓 너머 손짓이 
명치를 자꾸 건드리는 날입니다
 
눈짓으로만 말하라고
입막음용 재갈을 물렸음에
 
참 많이 서투르고 
적잖이 당황하고
항변의 이유가 삐죽삐죽합니다
 
무채색의 날
좁혀지지 않는 간격의 틈새에서
수굿한 기척의 편지를
서북 편대로 드리운 노을 자락에 씁니다
 
새털구름을 한 코에 꿰어 끌고 가는 비행운과
능소화 꽃술 탐하는
긴꼬리제비나비의 날갯짓은
 
대롱대롱한 목숨의 벼랑임을 잊었습니다
 
웃자란 슬픔이 싸리꽃 끝에서 글썽이는
새벽녘까지
괜한 망상의 파일을 뒤적이는 날이면
내 눈길은 또 어떤 연대의 역사(驛舍)를 서성일까요
 
기억의 불수의근이 불뚝 솟는
창가의 매일이 따끔거려
오늘도 손짓하는 모음들을 돌아보겠습니다
 
오래 잊었던 것들이지요
미처 보듬지 못하던 것들이지요
잃어버려 찾을 수 없었던 것들이지요
 
한 호흡,
한 발걸음 새삼스러워
 
지나가는 바람에게서 흘깃
간절한 손짓을 보아 버렸습니다
 
갇히고 보니
너머는 무궁합니다
 
문득, 모서리에서 돌출됩니다
 
 
 
 
 
 
 
▷▶ 작가약력 ----------------------------------
- 경기도 이천 출생
- 2002년 '불교신문', 2005년 '시작'을 통해 시인 등단
- 시집 '내 영혼 21그램', '꽃의 복화술', '몽유의 북쪽' 저서 
 
 

silverinews 이정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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