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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도시, ‘Leh(레)’에서 만난 시니어라이프, 행복의 단서들
오래된 미래의 도시, ‘Leh(레)’에서 만난  시니어라이프, 행복의 단서들
 
  I. 들어가며
 
▲ 최학희 (사단법인 시니어라이프 상임이사)
 2018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호기심과 공부에 몰입 되어 있었던 지난 1월말이다. 갑자기 지인이 '오래된 미래'라는 책에 나오는 라다크에 연구방문을 제안했다. 그때만 해도 인도에 비자가 필요하다는 기본 정보조차 몰랐었다. 3500미터의 고원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또한, 또 다른 지인이 인도의 공공기관에 근무하고 있기에 겸사겸사 들러보고 싶었다. 2월 4일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떠나 콜카타에서 지인을 만난 후, Leh(레)로 현지조사를 하고 2월 14일에 귀국하는 일정을 짰다. 
 
비행기 안에서 ‘오래된 미래 (Ancient Futures)’를 정독했다. 마음속에 시니어라이프 행복의 
단서들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을 함께 했다.
 
 콜카타에서 근무하는 인도전문가 지인 덕분에 짧은 2일 동안 인도의 역사를 보고 들었다. 동인도회사가 지배하던 인도역사의 흔적과 타고르나 테레사와 같은 인물들의 흔적도 보고 들었다. 수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지역의 극심한 빈부격차 또한 눈으로 보고 믿겨지지 않았다. 흔히들 Incredible India(놀라운 인도)라는 광고물을 접한다. 수많은 인구와 극심한 빈부차이에 놀라기도 하지만, 정작 놀랄 일은 다른 것에 있다. 인도는 우리가 아는 인류문명 발상지 중의 한 곳이다. 그만큼 풍요롭고 거대한 나라다. 특히, 그들의 문화유산에서 보여주는 정교함과 웅장함은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움이 있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과 힌두사원인 Akshardham(악사르담)의 정교함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가 어우러져 공존한다. 역사를 통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방식이 어느 정도 몸에 밴 듯하다. 또한, 동서양 간의 문화의 공존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지인의 추천대로, 인도 서사시인 라마야니, 마하바라타, 그리고 타고르의 기탄잘리 등 읽고 알아야 할 고전 또한 풍부하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인 Leh(레)지역은 3500미터의 산악지역이다. 히말라야산맥과 인더스 강으로 둘러싸여있기에, 방문이 쉽지 않은 곳이다. 지금은 뉴델리에서 비행기 편을 통해 Leh(레) 시티에 도착할 수 있다. 이곳은 인도와 파키스탄과의 분쟁 및 중국과의 국경지대임을 알리듯 군부대가 중심에 주둔해 있다. 인도인이 다스리는 나라이지만, 티벳 난민들이 자치구를 형성한 나라이기도 하다. 3만여 명이 사는 지역이지만, 불교, 이슬람 사원 등이 서로 어울려 있는 작은 인도다. 제대로 현장을 알기위해서는 가급적 현지인을 통해서 홈스테이까지도 희망했었다. 뉴델리에서 레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만난 천사라는 뜻을 가진 17살 소녀를 우연히 만났다. 지인의 표현으로는, 오래된 미래에 나오는 미소를 띤 천사의 모습이었다. 그 소녀는 흔쾌히 우리의 방문 목적을 이해해주었다. 이 소녀와 그녀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가족들은 티벳 난민이다. 이들은 여전히 독립을 꿈꾸며 달라이라마의 지도아래 세계시민으로 살아간다. 난민이기에 다른 나라 여행조차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들은 더 나은 세계와 함께 더불어 행복한 인류와 자연환경을 꿈꾼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들에게는 마음 속에 항상 'Others before self(남을 나보다 우선하기)'가 삶의 원칙이었다. 다음은 Leh에서 만난 현지 친구들과 지역 곳곳을 다니며, 친구들과 어울리며, 홈스테이를 통해 만난 행복의 단서들이다.
 
  II. 오래된 미래의 도시, 레에서 만난 시니어라이프 행복의 단서들
 
 나는 시니어라이프에 대해 '건강, 시간, 현금흐름'이라는 3가지 축을 기반으로 이해하고 설명하고자 한다.
 
 1. 건강(Health)
 
▶ 내면 속의 풍요로움 : 아침의 일정을 기도로 시작한다. 일과를 마치고는 자연스럽게 달라이라마의 강연 등을 듣는다. 축제와 사원방문 등을 통해 그들의 마음의 풍요로움을 채운다. 종교는 척박한 자연환경과 삶의 고단함에 풍요로움을 주는 원천이다.
 
▶ 음식(Foods) : 지역에서 난 음식을 주로 먹는다. 추위를 이기는 따스한 차는 상시 주어진다. 책에서도 말하듯이 이들의 음식은 채소와 과일이 부족하여 영양불균형이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 호텔조차도 과일은 구경하기 힘든 음식이다. 소금과 버터를 먹는 양이 지나쳐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건강하게 지낸다. 고산지역에 맞는 Local Foods(지역 음식)와 삶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다. 음식의 종류가 제한적이다 보니,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라다크 사람들은 주어진 것들에 감사한다. 티벳 난민이 주로 먹는 몇 가지 음식종류에 감사한다. 우리의 만두와 비슷한 음식,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 삶은 계란, 무미의 빵과 양고기, 염소고기에 만족한다.
 
▶ 자연환경 : 3500미터의 고지대에 인더스강이 흐른다. 히말라야산맥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나와 지인도 처음 2-3일은 고산병으로 고생했다. 산소호흡기를 이용해서 낮아진 몸의 산소 수치를 높이곤 했다. 이들의 집의 화장실은 하늘이 뚫려있다. 담벼락 너머에는 히말라야 산이 펼쳐진다. 마치 우리나라 시골의 1970년대 풍경과 흡사하다. 물은 큰 양동이에 받아서 쓴다. 석유곤로를 통해서 잠시 방을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물론, 주방이 있는 방에는 난로가 놓여져 있어 포근함과 행복감을 준다. 홈스테이를 통해서 엿본 것이고, 사람마다 주거환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행복한 가정이 함께 생활하기에는 충분한 조건이었다. 이들은 환경의 지속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물을 재활용하거나, 주어진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자원을 활용한다.
 
▶ 놀이와 어울림 : 사람과 사람은 항상 함께 한다. 지나가던 이웃에게는 무조건 따스한 말이 오간다. 뉴델리나 콜카타 공항의 풍경과 레(Leh)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얼굴의 미소와 따스함이 오가는 말과 눈빛은 그 차이가 확연하다. 아이들은 좁은 골목길에서 돌맹이로 크리켓을 한다. 친구들은 함께 길을 거닐며 웃고 떠든다. 아이들이 양로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연스럽게 방문한다. 지역 공동체간의 소통과 만남은 항상 자연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시공간적으로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지역과 사람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2. 시간(Time)
 
▶ 가족 : 가족은 항상 함께 한다. 어린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는 엄마의 품과 곁을 떠나지 않는다. 동네 회의가 있더라도 아이는 엄마와 동행한다. 동생이 태어나면 언니 오빠가 돌본다. 아이 곁에는 항상 가족이 있다. 식사를 주방에 둘러앉아 함께 한다. 아마 잠자는 공간도 협소할 경우에는 함께 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 소녀들이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자신감으로 생활 속에서 나타났다. 내가 보기에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어린 소녀들인데, 항상 내면의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또한, 그 가족 간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믿어주는 것이다. 홈스테이 중에 본 가족 간의 모습이 너무 신기하고 부러워서, 연꽃이라는 뜻을 가진 소녀의 아버지께 물어보았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아버지께 만약 딸이 기독교인과 결혼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여쭈었다. 그의 아버지는 웃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딸의 행복이며 딸의 가치관과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부모의 역할을 그 자녀들이 안전하고 가장 기본적인 삶의 방향을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보여준 딸과 아빠 엄마와 가족 친구 간의 미소와 대화 등등은 나에게 엄청난 행복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 커뮤니티 : 레 지역은 자연환경이 명확히 주어졌다. 산맥에 가로막혀 빠져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들은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린다. 뿌리를 내리면서 사람과 지역에 밀착된다. 지역의 사원은 종교적인 목적 외에도 중요한 커뮤니티 기능을 한다. 만약 배를 곯는 어린 아이가 있다면, 사원은 이 아이를 돌본다. 사원이 사회적 돌봄의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이 커뮤니티를 중시하는 모습은 아내를 고르는 기준에서도 드러난다. 무엇보다 이웃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가 중요한 덕목이다. 아름다움은 성품의 한참 아래에 주어지는 덕목이라고 오래된 미래에는 나타나 있다.
 
▶ 시간의 의미 : 현대사회는 시간을 상품화한다. 레도 산업화하면서 사람들이 조금씩 바빠졌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세탁기가 편리함과 빨래하는 시간을 줄여주었음에도, 사람들은 전보다 더 바빠졌다고 한다. 이웃과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쓰기보다는 시간의 상품화에 빠져들어 더 바빠졌다고 한다. 마치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결국, 사람과 이웃을 위한 시간이 소중함에도, 우리는 점점 시간이 우리를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몰고 있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레 사람들이 볼 때, 나와 같은 관광객들은 무엇 때문에 바쁜지 모를 정도로,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한다. 레의 자연환경과 문화를 보러 와서도, 우리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 히말라야산맥과 인더스 강의 웅장한 풍경을 바라보거나 레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다.
 
 3. 현금흐름(Cash Flow)
 
▶ 집 : 레 지역의 길거리 풍경이 델리나 콜카타의 길거리 풍경과 차이가 나는 주된 이유는 집 때문이다. 즉, 레 지역민의 95%는 자신의 땅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인도 대도시에 몰려든 사람들은 집이나 땅이 없다. 대도시에 몰려들게 된 가난한 사람들은 길거리나 다리 밑에서 생활하며, 거리에 (불법)점포를 만들어 생활한다. 그 결과, 대도시의 구도심에 위치한 인도(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는 사람이 다닐 수 없다. ‘인도(India)에는 인도(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가 없다.’라는 말이 유래한 이유다. 길에는 차와 오토바이, 각종 이동수단과 소나 개, 그리고 사람들이 꽉 차 있다. 도저히 사람들이 다닐 수 없는 길처럼 보인다. 반면, 레 지역의 인도(사람이 걸어 다니는 길)에는 사람들이 다닌다. 인구가 너무 많지도 않고, 그들은 대부분 불편할지라도 자신들의 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Debt Free(빚이 없음) : 레 지역사람들은 빚이 없다. 더 정확히는 돈이 별로 필요하지 않다. 돈은 소금을 구하거나 귀금속을 살 때만 필요했다. 1년에 고작 4달 밖에는 농사를 짓지 못한다. 그럼에도 의식주는 서로 돕는 문화 속에서 해결해 왔다. 레 사람들 얼굴의 미소는 돈에서 자유롭기 때문일 듯하다. 더 정확히는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의식주와 삶을 위한 조건은 레 지역의 삶 공동체에서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손에는 스마트폰이 주어져 있다. 통신회사와 단말기 판매회사의 가게가 무엇보다도 눈에 띈다. 상가의 젊은이들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한다. 현지민에게는 너무나도 호화로워 보일 수 있는 호텔도 등장했다. 빈부격차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델리나 콜카타, 뭄바이에서와 같은 극심한 차이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레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돈을 섬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지나치게 돈을 벌려하거나, 남들과 비교하거나 더 편리한 것들을 구하기 위해 빚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웃과 자연을 배려하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에 감사한다.
 
 일자리 : 1년에 4달 밖에 농사를 짓지 못한다. 일자리보다는 나머지 8달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큰 지역이다. 일부는 타지로 돈을 벌러 나가기도 한다. 관광지로 유명해지자, 숙박업, 관광상품 판매업, 택시운전 등의 일자리가 늘었다. 물론, 인도행정이나 군부대 등의 일자리도 늘었다. 핸드폰 판매와 관련된 가게들과 기본적인 의류를 판매하는 사람들, 농산물을 시장거리에서 내다파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개인의 땅과 텃밭에서 농작물을 키우거나, 양/염소/닭/쪼 같은 동물들을 키우며 우유와 계란, 버터 등을 만들어 낸다. 돈이 크게 필요하지 않으니, 일자리에 대한 염려는 우리와 다르게 느껴졌다.
 
  III. 행복의 단서들 요약
 
 인도와 레 지역 방문을 통해 내가 배운 행복의 단서는 다음과 같다.
 
 1. '충분하다(Enough)'
 레 지역사람들에게서 제일 많이 들은 단어다. 이 정도면 충분히 족하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음식의 다양성이나 종류에서 불편함이 컸다. 매일 똑같은 간소한 음식들이다. 외국 여행객인 그들의 눈에는 엄청난 부자인 나는 여러 번 제안했다. 호텔에서 같이 식사하고, 제일 좋은 음식을 모시고 싶다고.... 그 때마다 그들의 반응은 똑 같았다. 단품요리를 시키고, 그 외에는 눈을 주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항상 감사가 넘쳤다. 음식에 대한 욕심을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주거환경 또한 처음 자리를 잡던 때에 비하면 너무 감사한 조건이다. 비록, 잠을 잘 때 두꺼운 이불 4장을 겹겹이 덮고 자야 함에도 이들에게는 충분할 뿐이다. 남들과의 비교라는 것은 의미도 없고, 오히려 남들을 어떻게 하면 배려할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2. '남을 나보다 우선하기(Others before self)'
 티벳 난민이기도 한 친구들의 학교를 방문했다. 달라이라마가 세운 학교다. 학교의 벽에는 곳곳에 명언들이 실려 있었다. 이웃을 먼저 배려하라. 말하기 전에 충분히 들어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절대 포기하지 말라.... 등등. 이들은 뼈 속 깊이 Others before self를 실천하고 있었다. 레에서 머무는 시간 내내 '천사와 연꽃, 그 가족들, 친구들, 동네 주민들, 호텔직원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항상 우리에 대한 배려가 우선이었다. 심하게는 당일 중요한 일정이 있음에도 먼저 우리의 의사를 묻고 우선시했다.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3. '세계시민으로서 좋은 일을 하기 (Do good things)'
 인도 어디서나 소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길거리를 다니는 소를 본다. 그런데, 내 눈에 더 편해 보이는 동물이 있었다. 개였다. 내가 본 개는 인도 전역에 걸쳐 정말 편하게 햇빛을 쬐면서 자고 있었다. 아무리 시끄러운 도로 옆이라 해도 개들은 편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개들에게 음식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개에게 음식을 주는 방식도 매우 중요함을 알았다.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음식을 개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내세에 대한 희망도 깔려있었다. 티벳 난민들은 달라이라마를 통해 세계시민의 자세를 배운다. 항상 세계와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랑을 배운다. 어린 소녀들의 꿈은 의사와 법률가였다. 우리라면, 그 배경이 돈과 권력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전혀 달랐다. 아픈 아이들을 고쳐 줄 의사와 약자인 사람들을 위한 법제도의 운영에 대한 꿈이 담겼다. 이들의 삶은 자신에게만 향하지 않았다. 피난민이 전 세계의 평화와 어울림, 자연환경의 보존을 꿈꾸고 행한다. 난 너무도 부끄러웠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우리나라의 발전된 시스템과 환경에 눈물이 났다. 분명, 더 편리하고 발전된 모습을 갖춘 대단한 대한민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부턴가 타인과의 비교와 나만의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라다크에서 만난 사람들이 보기에는 우리 모두가 부자다. 상상할 수 없는 좋은 주거환경과 생활환경 및 제도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환경에서 생각하고 배우는 것은 다르다. 3500미터 척박한 고산지에서 전 세계의 평화와 어울림을 배우고 실천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부터 비교하고 경쟁에 찌들어 불행한 삶을 한탄한다.
 
 시니어라이프는 새로운 삶의 장을 여는 시점이다. 더 이상 남과의 비교나 돈과 명예 권력만을 향한 삶이어서는 안 된다. 이웃과 더불어 만족하며, 선한 일에 힘쓰고, 세계시민의 자질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레에서 홈스테이하면서 17세 소녀들과 밤늦게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나의 머릿속은 먹고 사는 문제와 경쟁과 경제 같은 것들로 차 있었다. 그러나, 그 소녀들은 음악과 문화, 영화, 스토리, 춤 등등 너무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추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야간 조명등을 켜고, 초라한 과자 한 봉지 놓은 밤이었지만.... 그 속에는 삶과 꿈과 나눔과 행복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백년을 살아 온 나의 부끄러움이 어린 소녀들 앞에서 민낯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의 시니어라이프도 이제는 협소함을 벗어나 보다 내면의 풍요로움과 행복한 미소로 가득차기를 소망한다. 벅차 보이는 삶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행복하기에 충분하다. 지인 중에 덕유산 기슭에 자리 잡아 10여 년째 살아가시는 분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햇살과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과 건강을 누린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은 시니어라이프의 행복을 막을 정도는 아니다.
 
 다시 한번 레(Leh)에 방문해서, 세계시민인 그들과 좀 더 여유롭게 히말라야 산맥과 인더스 강을 바라보고 감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silverinews 최학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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