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도 제일가는 잉꼬부부, 박행순(86) 씨와 윤수자(86) 씨의 소원은 백년해로다. 단순한 상징이 아닌, 실제로 100년을 함께 사는 것이 부부의 목표. 이제 결혼 66년 차. 두 사람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12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데... 눈 나쁜 아내가 넘어질까 손을 놓지 않고, 글씨를 대신 읽어주는 남편과 손가락이 굽은 남편의 옷을 입혀주고, 반찬을 놓아주는 아내. 여전히 금실 좋은 부부는 백년 동거를 위해 아침마다 섬과 섬을 잇는 대교를 걸어서 산책하고, ‘인생에 후퇴는 없다’를 외치며, 매일 바다 일을 한다. 지구본을 펼쳐 세계의 도시를 외우는가 하면, 최근에는 기억력 증진을 위해 일기도 왼손으로 쓰기 시작했다.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19살 청춘에 만나 첫눈에 반하고, 스무 살에 결혼했던 부부. 군대를 다녀온 3년을 제외하곤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지만 남편은 여전히 아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아내 바라기’다.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고, 주름살이 깊어졌지만 행순 씨에게는 여전히 ‘귀여운 수자씨...’ 1남 6녀의 자식 농사까지 대풍을 이루었다. 남 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지만 사실, 부부는 지금의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서 모진 세월을 견뎌내야 했다는데. 

김, 미역, 다시마 양식을 시작으로 꽃게 유통 사업까지 하면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행순 씨. 그러나 시련은 한순간에 찾아왔다. 꽃게 자원이 고갈되면서 30여 척의 배에 빌려줬던 돈을 받지 못하게 되고, 부도가 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생계가 막막해진 부부는 무일푼으로 제방을 쌓기로 마음먹고, 예순이 넘은 나이였지만 바다에 지주목을 세우고 밤낮없이 돌을 날랐다. 그렇게 4년을 악착같이 일한 끝에, 350미터의 제방을 쌓았고 4만 평의 토지를 만들었다. 그곳에 새우양식장을 만들고 재기에 성공한 부부. 그 사이 행순 씨의 손가락은 비틀리고 굽어졌고, 복근은 너덜너덜해져서 허리를 펼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상처는 훈장처럼 남았고, 인생의 태풍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날 이후 부부는 매 순간 서로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한편, 가만히 쉬는 법 없는 부모님 때문에 자식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고... 그러던 중 4년 전부터 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1남 6녀의 딸 부잣집. 딸아들 할 것 없이 모두 대학까지 보냈던 행순 씨 부부는 늘 자식들과 함께 살고 싶은 꿈이 있었고, 은퇴한 첫째 딸 부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둘째 딸 부부와 다섯째 딸까지 내려왔다. 결혼해서 하의도에 정착했던 막내딸까지 합치면 7명의 자식 중에서 4명이 부모님의 곁에서 지내는 중. 자매들은 부모님에게 힘이 되어드리고자 바다에 나가고 양식장 일에 거들지만, ‘백전노장’ 행순 씨의 눈에는 아직 풋내기 같기만 하다. 늘 앞장서서 일하는 부모님의 품 안에서 딸들도 천천히 부모님의 바다를 배워가는 중이다. 

행순 씨에게 남은 또 하나의 숙제가 있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귀한 도움을 주었던 은인을 만나는 것. 그 은혜를 평생 잊지 않고자 비석에 이름을 새겨 매일 보면서 지내왔다. 더 늦기 전에 그 은인을 만나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데, 하루하루 시간은 지나가고... 과연, 행순 씨는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혼 66년째,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아온 행순 씨와 수자 씨 부부. 백년해로의 꿈을 향해, 오늘 또 하루를 살아간다. 

[자료제공=KBS]

안승희 기자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