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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㉝ - 혹성탈출(1968)
  •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 승인 2019.07.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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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㉝ - 혹성탈출(1968)
 
 
  - 제작 : 1968년, 미국
  - 감독 : 프랭클린 J. 샤프너
  - 배우 : 찰톤 헤스턴, 로디 맥도엘, 킴 헌터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12분
  - 수상 : 아카데미 영화제 공로(분장)상
 
 
 
1968년, 괄목할 만한 두 편의 SF영화가 발표된다.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과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가 그것이다.
 
이전까지의 SF물은 대개 B급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두 편의 영화는 SF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들 작품은 인간사회와 문명의 이중성을 비판하는 심오한 주제, 놀라운 상상력, 시각적으로 진일보한 새로운 스타일의 영상을 구현함으로써 공상과학필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기 때문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류기원과 우주탐험에 대한 선구적인 전망을 제시한 작품으로 이제껏 나온 모든 SF영화 중 최고의 마스터피스로 꼽힌다. 예술적 향기가 넘쳐나는 유려한 영상, 철학과 종교를 아우르는 광대한 주제, 오케스트라가 뿜어내는 웅장함은 압도적이다. 이상하게 생긴 외계인을 등장시키지 않고도 우주에 대한 판타지를 이처럼 환상적으로 체험케 하는 영화는 더이상 없을 정도다.
 
다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평단의 찬사가 넘치는 작품이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한된 대사와 난해한 표현 때문이다. 그래서 이 위대한 걸작도 늘 호불호가 갈린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보다 2개월 앞서 개봉한 ‘혹성탈출’은 그런 면에서 재미와 감동, 이해를 모두 충족시키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다소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면 ‘혹성탈출’은 그와는 반대로 디스토피아적 결말을 보여주는 영화다.
 
유인원이 인류를 지배한다는 흥미로운 상상력, 넘치는 스릴, 정교한 특수 분장, 전율로 다가오는 충격의 반전까지 죄다 쓸어 담은 ‘혹성탈출’이 엄청난 흥행수익을 기록하자 4개의 속편이 잇달아 제작됐고 TV드라마, 애니메이션도 만들어졌다.
 
2000년대 들어서도 팀 버튼 감독의 리메이크 ‘혹성탈출(2001)’ 외에 3편의 리부트 시리즈-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반격의 서막(2014), 종의 전쟁(2017)이 연달아 발표된 바 있다. 시대를 초월한 마니아들의 ‘혹성탈출’ 사랑은 결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유인원의 반란이 시작되다
 
1972년, 외계생명체를 탐사하기 위해 지구를 떠나온 우주탐사선의 선장 테일러(찰톤 헤스턴)와 그의 대원 랜든, 닷지, 스튜어트. 이들이 케이프케네디를 떠나 온 것은 6개월 전. 그러나 우주선을 타고 광속으로 이동한 결과 현재 지구의 달력은 우주선의 시간보다 700년이 더 지난 2673년을 가리킨다.
 
테일러는 마지막 비행일지를 기록하면서 지구에 착륙하면 새로운 세대의 인류가 자신들을 맞아줄 거라는 기대 섞인 멘트를 남기고 동면에 들어간다.
 
1년 여의 시간이 더 흘러 지구의 달력이 3978년을 가리키던 어느 날. 자동항법장치로 비행 중이던 우주선은 어떤 착오로 인해 이름 모를 행성의 바다에 추락한다. 테일러는 엄청난 충격에 놀라 잠에서 깬다. 남자대원 랜든과 닷지도 깨어난다. 그런데 유일한 여승무원 스튜어트는 수면캡슐의 유리 균열 때문에 이미 폭삭 늙어 죽은 미라 상태로 발견된다.
 
뭍으로 올라온 세 사람은 이곳이 320광년 정도 떨어진 오리온 좌의 한 행성쯤일 것으로 추측하고 탐험에 나선다. 생명체가 거의 없는 사막을 걷던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생의 삶을 사는 인간 무리를 발견한다. 석기시대 원시인을 방불케 하는 야생인간들은 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은 채 과일과 옥수수 따위를 채취하며 산다. 언어도 구사하지 못한다.
 
테일러 일행이 야생인간들에게 다가가던 순간, 일군의 헌터들이 그곳을 습격한다. 총과 말을 앞세워 끔찍한 살육과 납치를 하는 헌터들의 정체는 원숭이. 테일러는 도망치지만 목에 총을 맞고 생포된다.
 
잡혀와 철창에 갇힌 야생인간들은 원숭이의 지배를 받으며 짐승처럼 사육된다. 그들과 함께 헌터의 소굴로 끌려온 테일러는 원숭이들이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며 인간보다 발달된 문명 속에 살고 있음을 보고 충격받는다. 이곳에서 인간은 하등동물로 분류된다. 특히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 일색의 야생인간들과 달리 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테일러는 연구대상 동물로 별도 관리된다.
 
인간의 심리 연구에 깊은 관심이 있는 암컷 원숭이 지라(킴 헌터)박사는 총상 때문에 말을 못하지만 계속 의사표시를 하려고 애쓰는 테일러를 주목한다. 반면 유인원의 생존을 위해 모든 인간은 죽여야 한다고 믿는 과학부 장관 원숭이 자이우스(모리스 에반스)는 테일러를 생체실험의 도구로만 여긴다.
 
지라 박사는 번식연구의 일환으로 야생인간 여자 한 명을 테일러와 합방시킨다. 말을 못하는 그녀에게 테일러는 노바(린다 해리슨)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지라 박사의 약혼자 코넬리우스(로디 맥도엘)는 원숭이시대 이전에 다른 문명이 존재했다고 믿는 진보 성향의 고고학자. 코넬리우스는 유인원이 인간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을 주장하지만 보수적인 원숭이 의회와 관료들은 그를 이단으로 간주한다. 코넬리우스는 지라 박사의 소개로 테일러를 만나게 된다.
 
목소리가 터지지 않아 답답해하던 테일러는 지라 박사의 펜을 빼앗은 뒤 종이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보인다. 글을 쓰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란 지라 박사는 테일러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놀라기는 코넬리우스도 마찬가지. 지라 박사는 테일러를 돌연변이의 일종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테일러는 그동안의 경위를 글로 설명하고 자신은 돌연변이가 아님을 강조한다.
 
그 무렵, 지라 박사의 집으로 온 자이우스 장관은 테일러를 당장 우리에 가두고 거세수술을 시키라고 명령한다. 이 말을 들은 테일러는 감시병을 제압하고 우리를 벗어나 도망간다. 포위망을 피해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간 테일러는 박제로 만들어져 전시돼 있는 동료 닷지의 주검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다른 대원 랜든은 뇌수술을 받아 식물인간으로 변한 지 오래다.
 
결국 테일러는 원숭이들의 요새를 벗어나지 못하고 체포된다. 테일러는 자신을 덮치는 원숭이 들을 향해 “냄새나는 발 치워, 이 더러운 원숭이 놈들.”이라고 소리친다. 드디어 테일러의 말문이 터진 거다.
 
테일러를 에워싸고 있던 원숭이들은 난생처음 듣는 인간의 말소리에 크게 놀란다. 유인원들은 자신들만이 신의 형상을 닮아 창조되었으며, 신의 영혼과 지혜를 물려받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절대적으로 확신해 온 터. 그런 마당에 말을 하고, 지능과 논리를 가진 인간의 출현이라니!
 
자이우스는 테일러를 청문회에 세운다. 지라와 코넬리우스가 테일러를 변호하지만 자이우스는 그들마저 이단으로 기소한다. 돌연변이로 낙인찍힌 테일러는 성대제거와 뇌수술이라는 위험에 처한다.
 
지라와 코넬리우스는 학자적 양심에 따라 불이익을 감수하고 테일러를 구출하기로 결심한다. 조카 원숭이 루시우스의 도움을 받아 테일러와 노바를 감옥에서 빼낸 지라와 코넬리우스. 그들은 요새로부터 멀리 벗어나기 위해 말을 몰아 달리고 또 달린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원숭이 정부가 출입금지 구역으로 선포해 엄격히 관리하는 금단의 땅. 그 지역은 코넬리우스가 고대 문명의 흔적을 발굴했던 유적지가 있는 곳이자 테일러의 우주선이 추락한 지점과 가까운 곳이다. 테일러와 일행은 육지 끝 해변에 다다르지만 그들을 뒤쫓는 자이우스와 원숭이 기병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곳에 당도한다.
 
자신들을 추격해 온 자이우스에게 테일러가 총을 겨눠 정조준하자 기병대는 잠시 물러난다. 협상 끝에 테일러는 원숭이 시대 이전의 문명을 증명하면 모두를 풀어주겠다는 자이우스의 약속을 얻어내고 유적이 있는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에서는 인간의 뼈와 틀니, 안경 등 문명의 흔적이 발견된다. 자이우스는 더 파보면 그보다 오래된 원숭이 문명의 흔적이 나올 것이라고 우긴다. 그때, 곁에 있던 노바가 여자 아기인형을 주워 이리저리 주무르자 인형의 입에서 사람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테일러는 말하는 인형을 가리키며 “원숭이가 말하는 사람의 인형을 만들 리는 없지 않았겠소?”라며 비웃듯 말한다. 자이우스는 할 말을 잃는다.
 
사실 자이우스는 오래전부터 인간문명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인간이 유인원의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 위험한 존재라고 믿었기에 인간말살 정책을 펴왔음을 자인한다. 더구나 고등한 인간 테일러의 출현은 그에게 있어 두려움 그 자체였다.
 
기병대가 다시 돌아와 대치하지만 자이우스는 테일러를 보내주기로 한다. 지라와 코넬리우스는 유인원의 사회로 돌아간다. 테일러는 미지의 대륙 끝에 무엇이 더 있는지 찾아보기 위해 노바와 함께 말에 오른다. 자이우스는 떠나는 테일러를 향해 “원하는 것을 찾게 되면 후회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테일러는 떠나고 자이우스는 동굴을 폭파한다.
 
끝없이 펼쳐진 해변을 지나는 테일러의 시야에 거대한 구조물 하나가 포착된다. 말을 몰아 더 가까이 다가가는 테일러. 그리고 물체 앞에 다다른 테일러는 일순간 경악한다.
 
테일러의 눈에 들어온 그 물체는 반쯤 부서진 채 바다속에 처박혀 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랬다. 테일러가 오리온 좌 어디쯤의 행성일 것으로 착각했던 이 대륙은 우주의 어떤 별도 아닌 지구, 바로 지구였던 것이다.
 
무너져 내린 자유의 여신상 앞에 꿇어앉은 테일러는 절규한다. “결국 전쟁을 일으켰군, 미치광이들이 지구를 날려버렸어!”
 
인간의 이기적이고 무모한 싸움은 결국 지구를 폐허로 만들었으며 그 폐허의 세상은 유인원의 낙원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절망에 빠진 테일러의 울부짖음이 허공으로 산산이 부서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인간의 오만이 부른 종말의 시대
 
라스트의 반전치고 ‘혹성탈출’만큼 메가톤급 충격으로 다가오는 영화는 찾기 힘들다. 외계에 존재하는 행성의 하나로 여겼던 유인원의 땅이 다름 아닌 지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엔딩신은 엄청난 전율로 다가온다. 핵전쟁으로 자기파멸의 길을 불사한 인간에 대한 저주 섞인 원망과 더이상 돌아갈 곳 없는 우주의 미아가 돼버린 테일러의 좌절이 교차하는 라스트는 희대의 명장면이다.
 
원작소설의 저자 피에르 불(프랑스/1963년, ‘콰이 강의 다리’도 그의 작품이다) 조차도 원작과 달리 표현된 영화의 라스트에 흡족함을 표했다고 한다. 그래도 원작에 충실한 결말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팀 버튼 감독의 2001년 리메이크 작품을 추천한다.
 
테일러가 파괴된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절규하는 바닷가는 암벽과 바위, 파도가 유명한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해변이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그랜드캐니언과 콜로라도강이 흐르는 애리조나도 주요 촬영지였다.
 
영화 초반 유인원들이 야생인간들을 사냥한 뒤 전리품처럼 늘어놓고 “스마일~”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나온다. 선진 문물과 무력을 앞세워 식민지 원주민을 수탈내지 학살했거나 아프리카 흑인을 노예로 취급했던 제국주의의 횡포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짧지만 매우 인상적이다.
 
‘혹성탈출’의 유인원은 인간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 위험한 욕망이 빚어낸 폭력과 부조리는 유인원들에게 답습돼 그대로 나타난다. 인종청소나 생체실험 등 유인원이 보여주는 과격한 모습이 그런 것들이다. 감독은 인간과 유인원의 뒤바뀐 관계를 통해 인간계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다.
 
‘혹성탈출’의 분장 기술은 당시에도 큰 화제였다. 배우들이 뒤집어쓴 원숭이탈이 하도 정교해 아카데미 영화제 측은 특수 분장에 대한 성과를 인정해 공로상을 수여했다. 이후에 정식으로 분장상 부문이 생겼다. 제리 골드스미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도 괜찮다. 단조로운 듯 반복되는 타악기의 긴장감은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하다.
 
핵전쟁으로 공멸을 불러온 세상의 끝에서 주인공은 타락한 인간을 저주하며 통곡을 쏟아낸다.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던 유인원 자이우스. 그가 인간 탄압의 근거라며 읊게 했던 유인원 법전의 한 구절은 어리석은 인간의 미래를 암시하는 묵시록처럼 들려 씁쓸함을 더한다.
 
“사악한 인간을 조심하라
인간은 악의 볼모와
탐욕에 눈이 멀어
신의 창조물을 죽이나니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를 살해하도다.
그러니 번식하게 하지 말라
자신과 너희 집을 파괴할 테니
그를 피해 정글에 가둬라
그는 죽음의 사자다.“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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