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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2년여, ‘웰다잉 문화조성’, 어디쯤 가고 있나?- 갈 길 멀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숫자, 호스피스 이용자 수 증가 성과 -
  •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 승인 2020.05.2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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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2년여, ‘웰다잉 문화조성’, 어디쯤 가고 있나?
- 갈 길 멀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숫자, 호스피스 이용자 수 증가 성과 -
- 가족 아닌 환자 스스로의 의사결정 참여 늘어나야, 죽음 문화 개선도 필요 -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준비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죽음과 삶이 우리 생활 속에 밀접하게 닿아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평소 생활에서 웰다잉 실천의 중요성과 더불어 웰다잉 문화조성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14.0%를 넘어 UN이 정한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고령인구 비율이 2030년 24.3%, 2050년에는 38.2%로 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현재 우리는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인구 자연감소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나라가 됐다.
 
이러한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웰빙을 넘어 ‘웰다잉-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살아있을 때 본인의 죽음을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이 존중 받는 ‘죽음 준비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웰다잉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 김할머니’에 대한 연명치료중단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어 2018년 2월 4일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됐다.
 
이후 지난 2년여 동안 약 60만 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고, 4만 명 이상의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확산된 성과로 보여지고 있다.
 
하지만 환자 본인의 의사로 연명의료결정이 시행되는 경우는 아직도 35% 정도에 불과하다. 아직도 본인의 결정보다는 가족에 의한 진술이나 합의에 의한 중단이 더 많다는 사실은 연명의료결정 제도가 해결해 나아가야 할 아쉬운 부분이다. 나아가 진정한 의미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 본인이 연명의료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조성이 해결해야할 과제로 드러났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웰다잉 문화조성’의 현 주소와 과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웰다잉 문화조성의 현 주소와 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발제자와 토론자들
 
이날 차흥봉 이사장(웰다잉 시민운동)은 인사말에서 “웰다잉에 관련된 문제들은 광범위하고 여려 당사자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제도나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단순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숫자나 호스피스 서비스 이용자 수로만 개인의 웰다잉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위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차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죽음을 금기시하는 문화로 인하여 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 형성과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삶의 마지막 시기에 삶의 질을 증진하고 환자가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비교적 인프라가 잘 갖춰진 대형병원에서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는 40% 내외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치료를 받고 싶지만 가족에게 부담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망설이거나 혹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이거나 또는 환자의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이일학 교수(연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는 생애말기 돌봄의 문제들을 “알권리, 결정할 권리를 주장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환자, 환자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지 못하지만 부담스러워하는 바쁜 가족, 가정이 아니라 요양시설로 옮겨지는 현실부터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일학 교수(연대 의대 의료법윤리학과)
또한 그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연명의료중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면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생애말기 또는 연명의료라고 하는 낯선 말들을 결국 쫓기듯 급하게, 두려운 상황에서 듣게 되어 이해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도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라고 언급했다.
 
현 시점에서 제도가 작동하는데 가장 큰 책임을 지는 것은 의료진인 것은 맞지만 이 모든 생애말기 돌봄의 사안들을 의료진의 책임만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환자를 평등하게 정당한 정보를 가진 주체로서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필요한 지식, 선택권에 대한 이해, 독립성의 확보 등 노인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환자의 역량 강화 측면이 없는 일방적인 강화만으로는 더 나은 생애말기 돌봄을 위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2주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없었다”며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고 정리했다. 특히 “의료인과 환자, 그리고 가족 간에 대화로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유기적 관계의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명구 명예교수(서울대 사회대 언론정보학과)는 “우리 사회는 노인인구 증가로 늙어가는 사회에 대한 정책적인 대응만이 주된 관심사였다”며 “실제로 노인들의 삶, 노화와 죽음에 대한 인식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강명구 명예교수(서울대 사회대 언론정보학과)
 그는 죽음 자체에 대한 알 수 없음과 두려움, 그리고 쇠락하는 육체와 죽음의 과정에 따르게 될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죽음을 외면하게 하고 낭만화 시키게 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러한 현상과 관련, 문학이 어떻게 죽음을 대면하는가를 소설가 김훈, 박완서, 최일남의 소설들에서 찾았다.
 
그는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순수한 죽음은 없고 특별히 아름다운 것도, 특별히 거창할 것도 없다는 깨달음에 이른 작가들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다”며 이런 웅숭깊은 죽음 인식 위에서 한국사회 죽음의 문화에 대한 몇 가지 비판적 성찰과 장례문화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그는 ‘유언쓰기 캠페인’을 통해 유서는 재산과 관련된 분재(分財)를 위한 문서일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간략한 영결식에서 고인을 기억하는 조문기록으로 낭독할 수 있도록 ‘나의 삶 이야기 쓰기’를 제안했다.
 
또한 “‘신문의 부고’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 자들 - 파워엘리트 집단 -의 네트워킹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때로는 부패의 고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다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전 장례식’을 제안해 일상의 사례에서 의례화하면 비용이나 에너지가 크게 들지 않으면서도 의미 있는 삶의 마무리를 실천하는 추모문화의 하나로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작은 영결식’을 통해 형식화된 조문 보다는 부고를 알릴 때 영결식 일정을 미리 알리면 장례식의 의미가 더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죽음에 대해서는 철학과 종교 차원에서 수많은 대답을 내놓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들은 불안하고 두렵다. 강 교수는 이러한 고유하면서도 상투적인 죽음 문화에 대해 “성대한 장례식은 남겨진 자들의 자랑거리일 뿐, 죽은 자는 알 수도 없고,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모든 죽음의 평범함 위에서 장례 절차를 죽은 이와 산 사람들의 추모와 기억을 위한 문화적 장치로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이상 계속되고 엄청난 조문객이 참여하는 장례식이나, 가까운 가족 몇 명이 참석하고 치러지는 장례식이나 당사자에게 죽음의 의례는 모두 죽은 자와 관계없는 그저 생명의 종말로서 죽음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모든 죽음은 일상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범하다”고 마무리하며 죽음 문화에 대한 변화와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는 이윤성 원장(국가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을 좌장으로, 박형욱 교수(단국대 의대 의예과), 박혜윤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균 교수(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기문주 변호사(법무법인 (유)로고스), 하태길 과장(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황민섭 부연구위원(서울연구원 도시경영연구소)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2년여를 되짚으며, 현실적인 경험사례를 바탕으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silverinews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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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탈리노 2020-05-27 22:04:14

    언제 어떤 식으로든, 분명 맞이하게될,
    죽음에 대해서... 평소 다방면으로의 접근과
    준비에 대해, 새삼 생각케 하는군요.
    현실적으로, 정신적으로, 어느 정도는 의연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개인적으론, 서구 몇 나라들 처럼,
    합법적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슬슬 시작됐으면 하는데, 그 나라들은 잘 시행되고 있으려나... 궁금~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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