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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 욕구 때문에 집이 아닌 병원에서 임종하는 한국..‘웰다잉, 존엄한 죽음 - 우리사회는 준비되어 있는가?’ 열띤 토론
(사)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회장 김현숙)는 지난 9일 「제33회 고령사회포럼」을 서울글로벌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고, ‘웰다잉(Well Dying), 존엄한 죽음’을 주제로 좋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존엄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며, 우리 사회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준비되어있는가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발표하는 정경희 부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날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정경희 부원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존엄한 죽음,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를 주제로,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 욕구를 분석하고, 외국사례를 통해 웰다잉을 위한 정책 방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죽음의 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어, 존엄한 삶을 위한 웰빙(Well-being)의 구성요소로서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노후준비의 마지막은 웰다잉”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웰다잉은 노후준비의 한 측면으로 논의돼야 하는데 현재는 건강 · 경제 · 대인관계 등에 국한된 한계를 보인다며, “노년기의 삶의 질이 각기 다르고, 심리·정서·영적측면도 달라 건강수명과 수명의 차이를 살펴서 봐야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정 부원장은 노인 당사자를 비롯한 다양한 주체의 관점에서 한국인이 갖고 있는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및 서비스 욕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Q방법론에 의한 ‘인식’에 관해 연령대별로 상이하게 나타난 결과를 소개했다.
 
정경희 부원장이 토론하고 있다.
먼저 ‘중년’이 인식하는 좋은 죽음은 ①담담하게 맞이하는 죽음 ②좋은 사람으로 기억되는 죽음 ③내가 결정하는 죽음으로 나타났고, ‘노년’이 인식하는 좋은 죽음은 ①두려움이 없이 맞이하는 죽음 ②짐이 되지 않는 죽음 ③되도록 오래 살다 떠나는 죽음으로 파악됐다.
 
즉, 중·노년이 인식하는 좋은 죽음은 △좋은 사람으로 정리되고 싶다는 적극적 희망 △나의 결정권을 갖고 죽음을 설계한다는 것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는 죽음이라는 소극적 희망 △삶에 대한 애착이 부각되는 유형 등으로, 이들이 한국인에게 좋은 죽음으로 대체되고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또한 웰다잉에 대한 전국민 인식조사를 보면, 연령간 좋은 죽음 준비에 대한 인식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경우, 학력이 높을수록 인지가 높았고, 이용의사도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연령이 낮을수록 장기기증과 유언장 작성에 찬성하고, 학력이 높을수록 장기기증과 유언장작성에 대한 인식과 의사(意思)도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연령이 낮을수록,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인지도 및 사용의사가 높은 경향을 나타낸 결과에 대해 정 부원장은 “노인들의 학력수준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더 많은 중·노년층이 웰다잉에 대한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주요정책 과제로 △웰다잉에 대한 인식 전환 및 준비의 중요성을 위한 대국민 홍보강화 △웰다잉 관련 서비스 대상자와 내용 범위의 확대 제고 △종합적인 웰다잉 준비체계 구축 △웰다잉 관련 체계적인 정보제공 △웰다잉 취약층(고독사)을 위한 특화 서비스 제공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다각적·종합적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지방정부 및 지역사회, NGO등 다양한 주체의 적극적 참여와 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김대균 교수(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존엄하고 좋은 죽음(Well Dying) 구현을 위한 사회·제도적 기반 마련’을 주제로, 현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방향을 제시했다.
 
김대균 교수(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가정의학과)가 발제하고 있다

그는 저출산과 인구고령화로 인해 후기고령자(75세 이상) 비중의 지속적 증가와 더불어 노인들봄 비용과 관련된 의료비 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 진료비의 40.8%(2018년)를 차지하고, 노인 1인당 연간진료비는 전체 평균의 3배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애말기 돌봄과 사망의 장소로 ‘집’을 선호하고 있으나 재가서비스 부족으로 가족의 부담이 증가돼 다시 병원(시설)을 이용하는 현실임을 지적했다.
 
아울러 비혼(非婚) 등으로 훗날 돌봄을 제공할 가족구성원이 취약한 젊은 층에서 안락사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는 것은 현재 요양병원 등에서 보고 들으며 경험하는 임종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또한 우리나라가 전세계 처음으로 의료기관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76.2%(2017년)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며, ‘임종을 왜 병원에서 하는가’, ‘어떤 것이 병원에 필요한 부분인가’ 등에 대해 국민인식 및 요구도를 조사 · 분석했다.
 
토론하는 김대균 교수(가톨릭대)

그 결과 임종기 환자와 보호자에게 필요한 지원은 ‘간병에 대한 지원(92.4%)’이며, 의료기관에서 임종하게 되는 이유는 ‘집에서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움(33.2%)’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평온한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편안한 임종환경 마련(38.0%)’이라는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용단계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 · 분노의 단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며, 영국 국민들이 좋은 죽음(Good Death)으로 합의한 △존경과 존엄 △고통(통증)에서 해방 △친근한 환경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할 수 있는 것의 4개 조건들이 병원보다는 집에 적합한 것인 만큼, 우리나라도 관련 요소별 정책개발을 통해 사회적 ·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존엄하고 좋은 죽음을 위한 우리나라의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부족한 점으로 ①암환자 중심의 서비스 체계 ②호스피스 기관의 지역적 불균형 ③집이나 요양시설에서의 임종돌봄과의 연계부족 ④돌봄가족에 대한 지원과 배려 부족 ⑤급성기병원 · 요양병원에서의 임종돌봄 부재 ⑥장기요양보험과의 연계부족 등을 지적했다.
 
아울러 연명의료결정법에서 개선·보완해야할 부분으로 ①가족에 의한 비자발적인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관행 ②함께하는 의사결정 과정이 결여된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 ③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종사자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이해 부족 ④치매환자, 무연고 독거노인, 노숙자, 쇠약노인에 대한 사각지대 등을 부족한 점으로 지적하고, 웰다잉을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순둘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의 토론

이어진 토론자 발표에서 정순둘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비버리지 보고서의 복지정책을 떠올리며 ‘웰다잉’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활발한 논의와 죽음과 관련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좋은 죽음에 대한 제도의 기본적 전제는 ‘권리차원’에서의 접근이라 언급하고, 동시에 ‘사회차원’에서 좋은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와 인식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연명의료계획’의 경우 의사가 작성주체가 되고, 환자는 동의자 역할을 하는 것이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개인이 작성주체가 되기 때문에 존엄한 죽음의 자기결정이라는 의미와 맥락에서 보면 연명의료계획에서도 의사와 환자가 함께하는 결정이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어떻게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킬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죽음 관련 토론문화의 확산을 위해, 외국사례에서도 제시된 바와 같이 NGO, 그리고 노인복지관이나 50+센터 등을 이용하는 중장년층 대상으로 확산의 역할을 부여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죽음, 임종, 상실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전문가의 현황을 파악하고, 훈련 및 양성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외에도 의사소통이 어려운 임종환자에 대한 ‘위임장’의 역할과 이를 후견인제도와 함께 연동하여 발전시키는 방안, 그리고 집에서 사망할 때 사망진단서는 어떻게 발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제기했다.
 
끝으로 그는 “가족들에 대해 좋은 죽음과 관련된 정보제공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번 토론이 ‘웰다잉’을 위한 좀 더 구체적인 정책과제와 로드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하는 백수진 부장(국가생명윤리정책원)

두 번째 토론자인 백수진 부장(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우리는 과연 가정에서의 죽음이 좋은 죽음이라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있는가”라 자문하며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되짚었다. 또한 “자기결정권이 구현되려면 제도적 기반이 선행돼야 하며, ‘자기결정권’에 대한 (조작적)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웰다잉에 관해 생명윤리 차원의 입장에서 접근하고자 했다.

 
그는 또한 “과연 우리사회에서 자율성이라는 개념이 있긴 한지, 있다면 얼마나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적어도 베이비부머 전후세대에게 우리 사회는 매우 성장 중심의 획일화된 교육만을 제공했고, 공동체에서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것이 보편적 가치인 것처럼 강조했기 때문에 ‘자아’에 대한 개념이나 인식, 이에 대한 성찰의 기회는 물론 원하는 삶도 충분하게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백 부장은 “이제 와서 갑자기 그동안 금기시되어 오던 죽음에 대해 ‘원하는 죽음’이나 ‘죽음에 대한 준비나 계획’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존엄으로 포장된 또 다른 의미에서의 폭력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따라서 그는 “우리사회의 죽음에 관한 준비를 논의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좋은 죽음을 준비하고, 이를 존중하는 것에서는 개별성은 존중할 필요가 있지만, 마치 죽음마저도 계획되어야하고 준비된 자의 향유물인 것처럼 인식되거나 변질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특히 의료기관 등 가정이 아닌 곳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우리 사회에서 임종 돌봄의 탈원화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절실하고, 죽어가는 당사자도 그 주변인도 고통스럽지 않은 평온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적절한 서비스 제공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백 부장은 “생명의 시작과 끝인 탄생과 죽음이야말로 가장 평등한 사건이어야 한다”며, “신생아에 대한 돌봄이 그 아이의 처한 환경과 상관없이 사회의 의무이듯,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돌봄도 그 처한 환경과 관계없이 보장되는 복지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표자, 토론자, 주최측인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관계자
 

홍영미 전문기자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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