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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년학회 칼럼] 제24회 노인의 날 단상: 초고령사회 준비가 초비상이다
[한국노년학회 칼럼] 제24회 노인의 날 단상: 초고령사회 준비가 초비상이다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박영란(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10월은 경로의 달이다. 우리 정부는 1997년 노인복지법(1981년 제정)을 개정하면서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해 매년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매년 10월을 경로의 달로 정했다. 올해 제24회를 맞이한 노인의 날 기념식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소규모 인원만 모이거나 온라인 형태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축하 공연, 각종 대회, 박람회, 경로잔치 등의 단체 행사들도 다 취소돼 노인복지 현장은 조용하면서도 조금은 허전한 분위기였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예전과 같은 형식과 내용의 대대적인 행사를 치루는 노인의 날과 경로의 달을 맞이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아무쪼록 2021년에 개최될 25주년 행사는 보다 획기적인 기획을 통해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과 역동적인 내용으로 채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노인의 날과 경로의 달은 어떻게 기념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고, 사회적 파급효과도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인가? 내년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는 100세 시대를 살아갈 대한민국 천만 노인을 위한 미래사회 비전과 노인인권의 가치를 반영한 혁신적인 정책 시나리오가 제시되기를 기대하며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 측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내년 기념식에서는 ‘초고령사회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올해 노인의 날 기념식 때 노인강령과 경로헌장 낭독 후 이어진 대통령, 보건복지부 장관, 정당대표들의 축사는 산업화 시대 역군들에 대한 헌사였다. “노인의 날의 주인공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준 어르신들이고 이들은 모두가 존엄한 노년의 삶, 편안한 노후, 건강하고 풍족한 100세 시대를 살아갈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빈곤, 질병, 고독, 건강문제와 일자리 문제 등으로 우리사회에서 가장 위태로운 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정부와 정당들은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보장하고, 노인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모시기 위한 역할을 더 잘할 것을 약속하겠다”는 메시지가 주된 내용이었던 것이다. 또한 “노년기 소득지원, 당당하고 보람 있는 사회참여, 전문성과 경륜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제공, 기초연금, 노인일자리사업, 치매안심센터,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케어안심주택 등의 정책”이 약속됐다. 이와 같이 방대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축사를 들으면서 우리사회의 노인 관련 주요 아젠다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초고령사회 위기의 본질에 대한 심층적 진단이 없었고,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긴장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인 노인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상대책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이번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인 청려장을 받은 100세 노인은 총 1,762명이다. 100세 시대가 현실이 되어 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노인의 날은 공식적으로 60대 중반부터 100세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집단으로 구성된 800만 노인 모두가 주인공이다. 우리나라는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약 730만 베이비붐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5년 안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전체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이 7%인 고령화사회에서 20%인 초고령사회로 넘어가는데 25년밖에 걸리지 않는 초고속 스피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와 노인복지 인프라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프레임 속에 갇혀 있다. 산업화 시대 이후 베이비붐 세대 노인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노인인구 천만 명 시대를 맞이할 준비는 아직 많이 미흡한 실정이다. 초고령사회의 진입이 불과 5년여 앞으로 다가온 것을 고려한다면 실로 비상사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지난 20-30년 동안 진행된 노동시장의 유연화,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인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고령자들의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제도의 재건축을 위한 위기와 긴장의 시나리오가 필요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같은 초고령화비상대책을 위한 조직의 상설 운영이 시급한 상황이다. 내년 노인의 날이 초고령사회에 대한 비전과 대응 전략을 선포하고 실행을 다짐하는 상징성과 실천성을 아우르는 행사가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둘째, 내년 ‘노인의 날’ 기념식은 ‘노인인권의 날’ 기념식이 되기를 희망한다. 노인의 날 지정 취지는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 제고’였다. 여기에 ‘노인인권 증진’ 문구를 추가하자. 우리나라의 노인인권은 아직 열악한 상황이다. 노인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고독사도 많으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지만 폐지 줍는 80대 노인도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서 건강장수가 어려운 취약집단 고령자들의 수가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비하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담긴 노인인권 우선과제인 생명권 보호, 빈곤예방, 세대교류 및 소통증진, 안전권 보장, 일자리·고용보장, 가족돌봄노동 지원 등 노인문제 현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진단과 근본적인 해법의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도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2021~2025)이 시작되는 첫해다.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리는 5년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그 첫 단추를 꿰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다. 내년을 계기로 노인단체들이 연대하여 ‘노인의 날’은 ‘노인인권의 날’이라는 관점을 확산하고 노인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고령사회 정책 시행의 플랫폼을 구축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셋째, 노인 당사자들이 모두 주인공이 되고, 사회구성원들에게 나이듦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새로운 노인의 날 기념사업 모델을 만들자. 어린이날은 어린이 모두가 주인공이 되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고령자 천만 명 가운데 본인이 노인의 날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노인의 날의 주인공은 경로잔치와 유공자 표창 대상자들은 물론 초고령사회를 살아갈 사회구성원 모두이다. 내년부터 노인의 날은 양극화의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노인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함께 모두가 불안해하는 초고령사회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연대의식을 공유하고 고취시키는 기념일이 되기를 바란다.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축복의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초고령사회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 박영란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국제제론테크놀로지학회(ISG) 한국지부 회장
  한국노년학회 이사
  한국노인과학학술단체연합회 기획이사
  (전)실버산업전문가포럼 회장
  미국 오레곤 대학 풀브라이트 방문교수
  미국 워싱턴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수상: 보건복지부 장관상(2013)
  이메일: yeongranpark@hanmail.net
 
 
 

silverinews 박영란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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