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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8)- 이야기가 있는 집
 
▲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8)
 
- 이야기가 있는 집
 
 불과 1~2년 전, 판타지 드라마가 대유행을 했었다.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 <사임당 빛의 일기> 등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초현실적이다. 외계인, 도깨비, 인어, 400년 전과 현재를 오가는 사임당. 일상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우리 이웃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는 종적을 감추었다. 평론가들은 이런 현상을 놓고 드라마에서 리얼리즘이 사라져 버렸다고 이야기 한다.
 
4~50대 이상이라면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그야말로 국민드라마 <한지붕 세가족>. 누구나 기억할 법한 서울 어느 골목의 한 지붕, 골목 안에서 살아가는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이자 우리의 일상이었다. 나도 ‘순돌이’가 보고 싶어 일요일 아침 늦잠을 포기하고 일찍 일어나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함께 드라마를 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왜 지금 리얼은 사라지고 판타지만 남은 것일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현실적인 존재를 찾아야 할 만큼 너무 힘든 현실의 무력감 때문에 리얼리즘이 사라졌다고 이야기 한다.(T Times 2017. 2. 3.)
 
"과거에는 없는 살림에도 엄마는 된장찌개를 끓였고 아빠는 퇴근길에 손에 뭔가를 들고 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의 가난은 가족이 해체되어 버린 가난이다.“(황진미 문화평론가) <도깨비>의 지은탁. 가난하고 부모도 없다. 친구라곤 귀신밖에 없다. 지은탁이 처한 현실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진짜 현실이며, 이 정도 현실을 감당하고 위로 받으려면 아예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판타지 드라마의 인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좀 더 들어 보자. 전문가들은 지금의 고달픈 현실에서부터 그 이유를 찾는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삭막한 사회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판타지를 찾는 것’이라며 “현실적인 얘기를 또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사람들 안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판타지는 현실이 처참할 때 현실도피적인 역할을 한다”며 “판타지의 유행은 지금 현실이 힘들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드라마평론가 공희정씨는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찾는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해결되지 않는 욕구가 반영되는 것”이라며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지금 사회에서 인간이 아닌 도깨비나 인어가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나 의지처로 등장한다”고 판타지 드라마의 특징을 짚었다.(‘팍팍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 판타지로 위안을 얻다’, 중앙선데이, 2016. 12. 25.)
 
우리의 현실은 왜 이리도 무력하고 팍팍할까?
 
나는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집’이라고 생각한다. 집은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의식주의 필수 요소이자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삶터이자 쉼터인 곳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집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식구들이 부비며 살았던 기억, 작은 마당에 예쁘게 자랐던 꽃, 나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 동네 엄마들의 커뮤니티 공간 구멍가게 앞 평상, 어머니 심부름을 가면 아침부터 외상 달라고 한다며 눈치 주던 구멍가게 주인아저씨, 아버지 술심부름 가던 막걸리 가게, 동네 친구들과 이웃들에 대한 기억,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든 동네를 떠나야 했던 기억. 비록 그 집이 크고 좋은 집이 아닐 지라도, 내 집이 아닐 지라도 우리의 소중한 기억과 이야기가 있는 집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한 가족과 이웃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 우리 과거에 비하면 제법 번듯한 집에 살고 있으며, 5060세대 대부분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삶의 이야기를 상실하고 있다. 가족들이 있어도 각자의 삶이 바쁘며, 편리함의 이면에 이웃과의 관계는 단절된 지 오래다. 대부분의 활동은 집이 아닌 외부에서 이루어지고 집은 단지 잠만 자는 곳이 되기 쉬우며, 상품화되어 비슷비슷해 버린 집은 내 집이나 남의 집이나 새로울 것 없는 소비의 경쟁일 뿐이다. 관계가 단절된 집에서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다시 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의식주의 기본이 되는 집
내 삶의 터전인 집
이웃과의 관계가 살아있는 집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는 집
쉼이 있는 집
회복이 있는 집
 
이런 집이라면 행복할 것 같다. 작은 집이라도 좋고 비쌀 필요도 없다. 이런 집, 바로 공동체주택이 아닐까?
 
잃어버린 이웃과의 관계와 일상의 회복을 꿈꾸는 공동체주택에 사는 우리는 다르다. 이야기는 사라지고 판타지만 남은 시대, 우리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가고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더불어 함께 라서 가능한 이야기들을.
 
 

silverinews 김수동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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