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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9)- 나눔과 공유
▲ 김수동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김수동의 공동체 주거 이야기 (9)
 
- 나눔과 공유
 
 장수사회, 고령화 사회에서 길어진 노년의 삶을 압박하는 것은 역시 ‘돈’ 문제이다. 대부분의 고령화 사회 담론은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개인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압박한다. 2015년 보험연구원 조사를 보면 2005년 50~65세 중산층 중 52.8%가 8년 후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일명 '낀 세대'라 불리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평균 53세에 은퇴해 81.3세까지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은퇴 후 28.3년을 주 수입원 없이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고령사회의 장수 리스크에 대해서는 내가 보태지 않아도 매일 같이 각종 언론에 차고 넘치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결론은 알아서 재무적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없는 돈에 부지런히 적금과 보험료를 내고 있으며, 동네 골목 치킨집은 신장개업과 폐업을 반복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조금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집과 부동산은 저금리시대 중요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자산을 이용한 월세부자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우리의 돈 걱정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금융기관들이 이자 장사로 사상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는 반면, 개인들은 보험과 적금의 만기를 채우기가 어려워 중도 해약하는 일이 빈번하다. 재취업은 어렵고 뭔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기에 “나는 괜찮아, 자신 있어!”라고 의지를 다지며, 자영업 시장에 뛰어 든다. 하지만 불평등한 계약관계, 높은 임대료, 예상치 못한 여러 시장 상황 등으로 인하여 본인의 인건비 건지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임대 시장은 청년들의 미래를 담보로 장년세대의 노후를 챙기는 세대갈등의 요소이기도 하며, 머니 게임의 성격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다. 대출을 끼고 중산층이 뛰어들기에는 위험이 크다.
 
역시나 개인이 돈을 벌기에는 어려운 상황이고 시기임에 틀림이 없다. 이것도 안 되고 저건 위험이 크고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돈을 버는 일은 시장상황, 정부, 고객 등 외부 변수에 내가 어떤 아이템과 서비스로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신중해야 한다. 많이 연구하고 준비하여야 하며, 수익에 대한 기대치도 적절히 하여 위험도를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면에 돈 문제와 관련하여 개인이 자기주도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내 삶의 방식을 저비용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 돈 버는 일에 앞서 삶에 대한 다운사이징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운사이징이 잘 되어 적은 돈으로도 잘 살 수 있다면 돈을 벌어야 하는 압박에서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공동체주택은 나눔과 공유를 통해 삶의 방식을 저비용구조로 바꾸는 데에도 커다란 기여를 한다. 개인의 사적 소요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협력적 주거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합리적으로 낮출 수 있으며, 일상에서 나눔과 공유가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활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나눔과 공유에 대해 우리 “여백”(필자가 입주하여 살고 있는 공동체주택)의 일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하다.
 
인터넷을 10가구가 단체로 가입하여 개별가구가 가입하는 것에 비해 50%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한 공통으로 필요한 품목이나 혼자 구입하기에 판매단위가 커서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공동구매를 통해 해결한다.
 
버리는 것이 없다.
 
확실히 요즘은 물자가 풍부한 시대다 보니 쉽게 버리는 일도 많다. 쓸 만한 물건도 내게 필요가 없어지면 헐값에 팔거나 버리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러나 여백에서는 쓸 만한 물건을 버리는 일은 없다. 서로 나누면 되기 때문이다. 명절에 고향에 가면 어른들께서 그간 챙겨 놓은 물건들을 잔뜩 안겨 주신다. 그러지 마시라고 실랑이 하지만 어르신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가져와 제대로 쓰거나 먹지 못하고 버리려면 죄 짓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이젠 걱정이 없다. 때로는 주시지 않는 것도 알아서 챙겨 온다. 집에 와서 나누면 서로가 행복하다.
 
나누는 것이 물건만은 아니다.
 
서로의 재능과 시간도 나눈다. “여백”은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LP가스를 이용하다 보니 도시가스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지난 가을에는 여백 식구 한 명이 협상력을 발휘하여 가스공급가를 기존 대비 15%나 인하하여 포근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하였다. 집 주위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 눈이 오는 날 아침이면 어느덧 눈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누군가 벌써 치운 것이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꼼꼼히 챙기는 사람,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과 같은 공용비용에 대한 회계 관리를 책임지는 사람 등 모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 여백 살이에 기여를 하고 있다.
 
나눔과 공유를 생각할 때, 우리는 내 것 하나를 내어 놓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희생과 헌신, 봉사라고 착각을 한다. 그러나 관계가 살아있는 공동체에서 나눔과 공유는 내가 하나를 내어 놓았을 때, 하나가 열이 되어 돌아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백”에 입주 후 공동체주택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입주만족도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
 
 
  “만약 공동체주택 주거전환에 대한 만족도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한다면 얼마로 
  책정하시겠습니까?”
 
  (1) 1천만 원 이하
  (2) 3~5천만 원 미만
  (3) 5~10천만 원 미만
  (4) 1억 원 이상
  (5)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
 
 
7가구가 설문에 참여하였으며, 이 질문에 대해 1가구가 ‘5천만원~1억원 미만‘이라고 답을 하였고, 나머지 6가구는 모두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만족한다”라고 답을 하였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이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서로에게 크고 작은 물건은 물론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는 이웃이 있는 우리, 비록 돈은 없어도 부자다.
 
 

silverinews 김수동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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