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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㊷ - 스팅
  • silverinews 진고개 신사
  • 승인 2019.10.1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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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100년, 인생100년 ㊷ - 스팅
 
 
  - 제작 : 1973년, 미국
  - 감독 : 조지 로이 힐
  - 배우 :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로버트 쇼 외
  - 필름 : 컬러
  - 상영시간 : 129분
  - 수상 
    : 아카데미 작품 · 감독 · 각본 · 미술 · 편집 ‧ 의상 · 음악 편집상
 
 
 
 오늘 영화는 ‘케이퍼(Caper)무비’의 전형(典型)으로 불리는 ‘스팅(The Sting)'이다. 1975년 8월 14일 ‘광복 30주년 기념 특선프로’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해 3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던 화제작이다.
 
영화 감상에 앞서 ‘케이퍼 무비’에 대한 짧은 공부. ‘케이퍼 무비’란 갱스터 또는 범죄 영화의 하위 장르로써 사기, 강도 또는 도둑질을 하는 과정에서 복마전처럼 생겨나는 사건과 해프닝을 실감나게 묘사한 작품을 일컫는다.
 
조금 풀어서 말하자면 ▲누가 봐도 거의 실현 불가능한 목표물 앞에서 ▲최고의 전문가(꾼)집단이 금고털이, 컴퓨터 해킹, 문서 위조, 폭파 등 각자 고유 포지션의 기술자로 등장해 ▲기상천외할 작전을 세우고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맥가이버 뺨칠 순발력과 신공을 발휘하여 임무를 완수한 뒤 ▲이중삼중의 포위망을 뚫고 감쪽같이 사라지는 형태의 영화를 ‘케이퍼 무비’라 칭한다. ‘유주얼 서스펙트(1996)’ ‘오션스 일레븐(2001)’이나 국내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타짜(2006)’ ‘도둑들(2012)’이 대표적인 예다.
 
‘스팅’은 이런 ‘케이퍼 무비’들의 큰 형님뻘 되는 전설적인 영화다. 기발한 시나리오, 스피디한 전개, 반전의 연속, 딕시랜드 스타일의 경쾌한 재즈, 복고를 자극하는 영상, 세련된 스타일, 재기발랄과 참신함으로 풀 세팅되어 폭발적 반응을 이끌어냈던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도 어느덧 반세기 가까이 흘렀다. 그 시절의 우상이었던 폴 뉴먼(2008년 작고)과 로버트 레드포드(83세). ‘스팅’ 두 주인공의 목소리가 아직도 환청처럼 들리며 우리를 유혹하는 것만 같다. ‘친구여! 한탕하자’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경제 대공황의 우울함이 사그라지지 않은 1936년 미국 일리노이의 변두리. 야바위꾼으로 살아가는 쟈니 후커(로버트 레드포드)와 나이 든 그의 동료 루터(로버트 얼 존스)는 행인 하나를 홀려 그가 가지고 있던 거금 11,000달러를 가로챈다. 지난 5년간 후커와 호흡을 맞춰온 루터는 그것을 계기로 야바위 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다. 대신 루터는 솜씨 좋은 타짜이자 사기술이 뛰어난 옛 친구 헨리 곤돌프(폴 뉴먼)를 후커에게 소개하고 그를 찾아가라고 권한다.
 
비리경찰 스나이더(찰스 더닝)가 후커를 찾아온다. 후커는 스나이더로부터 자신이 가로챈 돈이 시카고 암흑가의 큰손 도일 로니건(로버트 쇼)의 것임을 알게 된다. 자신의 소행이 밝혀지면 목숨이 날아가는 것은 시간문제. 그런 약점을 잘 아는 스나이더는 사건을 눈감아 주겠다며 2천 달러를 요구한다.
 
노름으로 돈을 탕진한 후커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심정으로 스나이더에게 위조지폐를 쥐어주며 돌려보낸다. 그런 뒤 루터에게 사태를 알리려 달려가지만 이미 루터는 죽은 상태. 로니건의 보복이 시작됐음을 안 후커는 그 길로 도망쳐 곤돌프를 찾아간다.
 
도박장과 은행을 소유했으며 뉴욕과 시카고 정치인의 절반 정도는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로니건은 청부업자를 고용해 후커마저 죽이려고 한다. 로니건은 잃어버린 돈보다도 자신이 지역의 잔챙이에게 당했다는 소문이 새나갈 것을 더 걱정한다. 스나이더는 스나이더대로 위조지폐로 자신을 농락한 후커를 용서할 수 없어 그의 뒤를 계속 쫓는다.
 
곤돌프는 사기혐의로 FBI에 쫓기는 한편 여자 친구의 집에 숨어 사는 주정뱅이 신세다. 술에 절어 있는 곤돌프의 모습에 실망하는 후커. 그러나 친구의 죽음과 그 배후에 로니건이 있다는 말을 들은 곤돌프는 복수를 다짐하며 싹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곤돌프는 자신과 함께 일했던 그 바닥의 전문가를 하나둘 불러 모은다.
 
로니건이 뉴욕과 시카고를 오가는 열차 안에서 최하 100달러 배팅의 스트레이트 포커를 즐긴다는 정보를 입수한 곤돌프. 친구의 복수를 위해 사이즈 큰 경마사기극을 계획 중인 곤돌프는 우선 자금 확보와 밑밥을 까는 차원에서 로니건과 포커 승부를 벌이기로 한다.
 
열차에서 곤돌프는 여자 친구 빌리(에일리 브레넌)를 시켜 로니건의 지갑을 소매치기하고 그 지갑에 있는 1만 5천 달러를 도박 밑천으로 사용한다. 술이 취한 척 허점을 보이는 곤돌프를  본 로니건은 ‘호구가 걸려들었다’며 좋아하지만 오히려 판판이 깨지며 돈을 잃는다.
 
곤돌프는 흐트러진 옷매무새, 술에 취해 우물거리는 말투,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로 로니건을 자극하며 살살 약을 올린다. 열 받은 로니건은 잠깐 쉬는 중에 사기용 카드를 들고 와 게임을 한다. 로니건은 숫자 3이 적힌 카드 4장을 곤돌프에게 주고 자신은 그보다 높은 숫자 9의 카드 4장을 쥔다.
 
배팅이 시작되고 액수는 만 달러까지 올라간다. 능구렁이 곤돌프는 술 취한 척 해롱거리며 로니건의 배팅을 다 받아준다. 그러자 자신 있게 ‘9 포카드(Four-Card)’를 까 보이며 칩을 쓸어 담으려는 로니건. 그런데 웬걸! 로니건의 꼼수를 눈치챈 곤돌프는 어느새 바꿔치기했는지 3이 아닌 ‘J 포카드’를 내민다. 로니건의 얼굴은 붉게 달아오른다.
 
“어서 돈을 주시오!” 곤돌프의 독촉에 지갑을 꺼내려던 로니건은 자신의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곤돌프는 5분 안에 돈을 내놓지 않으면 시카고 전체에 소문을 퍼뜨려서 다시는 포커판에 얼굴을 내밀지 못하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제 후커의 차례. 곤돌프는 정확히 5분 뒤 후커를 보낸다. 로니건은 돈을 받으러 온 후커(그는 여기서 ‘켈리’라는 가명을 쓴다)에게 “당신 보스의 포커 실력이 대단하던데 혹시 비결을 아느냐?”고 묻는다. ‘켈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속임수였다.”고 말하며 훔친 로니건의 지갑을 흔들어 보인다. ‘켈리’를 통해 사기의 내막을 알게 된 로니건은 곤돌프를 당장 죽여 버리겠다고 난리친다. ‘켈리’는 그런 로니건을 가로막는다. “더 멋지게 복수할 방법이 있어요. 그가 운영하는 마권(馬券)영업소에 가서 돈만 걸어주세요. 이거 2백만 달러짜리 건수입니다.” 곤돌프를 엿 먹일 묘안이 있다는 말에 후끈 달아오른 로니건은 ‘켈리’가 자신의 돈을 빼앗아 간 후커인 줄도 모르고 그와 한편이 된다.
 
그러는 사이 곤돌프는 로니건을 감쪽같이 속일 경마 사기를 위해 빈 건물을 얻어 가짜 마권영업소를 차린다. 반면 여전히 후커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로니건은 일급 암살전문가로서 그 존재가 베일에 싸여 있는 살리노라는 인물을 새 킬러로 고용한다.
 
곤돌프가 꾸미는 경마 사기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 실제 경마장에서 벌어진 승부결과는 각 지역 전신국에 전보로 보내지고 그 내용은 다시 마권영업소로 전달된다. 전신국의 전보내용을 미리 빼돌린 곤돌프 일당은 가짜 마권영업소의 유선시스템을 통해 마치 경기가 실시간 중계되는 것처럼 꾸민다. 후커가 우승마의 이름을 귀띔해주면 로니건은 그대로 돈을 건다. 잠시 뒤 마권영업소의 스피커는 후커가 찍어준 말이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했음을 알린다. 로니건은 배당금을 챙긴다. 이런 식으로 한두 차례 재미를 보게 한 뒤 결정적인 순간 엉터리 정보를 건넨다. 내막을 모르는 로니건은 거액을 배팅하여 돈을 몽땅 잃는다.
 
후커가 전달한 정보대로 마권을 사서 몇 번 재미를 본 로니건. 그러나 의심 많은 로니건은 함부로 큰돈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돌다리도 두들긴다고, 로니건은 전신국 직원을 직접 만나 정보의 신뢰도를 확인하려 한다. 노련한 곤돌프 패거리는 페인트공사를 위장하여 전신국에 잠입한다. 공사를 핑계로 직원을 사무실에서 잠시 내보낸 일당은 때맞춰 찾아온 로니건을 상대로 진짜 직원인 양 행세하며 그가 더는 의심할 수 없도록 만든다.
 
며칠 후, 후커로부터 ‘레깅크루’라는 말에 목돈을 걸라는 정보를 건네받은 로니건. 그가 마권을 구입하려는 순간 갑자기 곤돌프는 마권창구를 닫도록 지시한다. 무슨 일이냐고 따지는 로니건. 창구직원은 배팅시간이 마감됐다고 무뚝뚝하게 답한다. 곧이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레깅크루’의 우승소식. 목전에서 일확천금을 놓친 로니건은 억울해 죽으려고 한다. 이로써 완전히 코가 꿰인 로니건은 다음엔 기필코 거금을 배팅하리라고 단단히 마음먹게 된다.
 
한편 후커의 뒤를 밟는 스나이더에게 FBI요원이 접근한다. 곤돌프를 쫓고 있다는 FBI는 그의 체포 작전에 후커를 이용할 계획이라며 협조를 당부한다. 며칠 뒤, 잠복 중이던 스나이더는 후커를 붙잡아 FBI에게 넘겨준다. FBI 팀장 폴크(다나 엘카)는 곤돌프의 사기계획을 알고 있다며 거사 날짜를 밝히라고 요구한다. 당연히 후커는 협조를 거부한다. 그러자 FBI는 죽은 루터의 아내를 잡아넣겠다며 후커를 옥죈다. 루터에 대한 옛정을 못 잊은 후커는 할 수 없이 곤돌프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고 풀려난다.
 
마음이 허전해진 후커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로레타(디미트라 알리스)라는 여성에게 호감을 갖는다. 로니건의 부하들에게 쫓길 때 그녀의 도움으로 무사히 달아날 수 있었던 후커는 늦은 밤 그녀를 찾아가고 두 사람은 함께 밤을 보내며 몸을 섞는다.
 
드디어 D데이. 마권영업소로 향하던 후커는 그를 향해 걸어오는 로레타를 발견한다. 그 순간, 후커의 뒤에서 의문의 사나이가 나타나 총을 발사한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로레타는 이마 한가운데 정통으로 총알을 맞고 쓰러진다. 로레타에게 달려간 후커는 그녀의 손에 쥐여진 소음권총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베일의 암살자 살리노였던 것. 간밤에 사랑을 나눴던 여자가 로니건이 고용한 일급 킬러였음을 안 후커는 두려움과 충격에 떤다. 한편 살리노를 쏜 남자는 곤돌프가 후커를 위해 비밀리에 붙여둔 보디가드였다.
 
FBI는 곤돌프 체포 작전을 세운다. FBI 팀장 폴크는 스나이더에게 뉴욕의 거물 로니건이 개입된 사건인 만큼 기자들이 몰려들 수 있으니 작전이 개시되면 곧바로 로니건을 데리고 현장을 빠져나가라는 임무를 준다.
 
한편 우승 말 이름이 ‘럭키댄’이라는 정보를 얻은 로니건은 거금 50만 달러를 모두 배팅한다. 럭키댄이 우승하면 2백만 달러는 그의 것이 된다. 잠시 뒤 로니건과 상담했던 전신국 직원이 마권영업소에 나타난다. 일확천금의 꿈에 부풀어 이미 아드레날린이 상승할 대로 상승한 로니건은 그를 보자 “럭키댄에게 50만 달러를 걸었다.”며 으스댄다. 그러자 남자는 “럭키댄은 2등이라고 했는데, 무슨 얘기냐!”며 쏘아붙인다.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한 로니건은 창구로 달려가 즉각 배팅을 취소해 달라며 소란을 벌인다.
 
로니건의 발광으로 장내가 시끄러워진 순간, FBI가 들이닥친다. 곤돌프를 체포한 FBI는 수사에 협조한 후커를 풀어준다. 그제야 후커의 배신을 알게 된 곤돌프는 가지고 있던 권총으로 후커를 쏜다. 등에 총을 맞은 후커는 즉사한다. 곤돌프도 FBI가 쏜 총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진다. 갑작스런 총격전으로 얼이 빠진 로니건은 50만 달러를 날려버린 억울함을 하소연할 새 없이 스나이더의 손에 이끌려 쫓기듯 사건현장을 빠져나온다.
 
총격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마권영업소. FBI 팀장 폴크는 죽은 후커와 곤돌프의 몸을 확인한다. 그러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두 남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깨어난다. 알고 보니 총격전은 곤돌프의 계산된 속임수였던 것. FBI 역시 가짜. 후커도 거짓 배신으로 스나이더를 완벽하게 속여먹은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로니건과 스나이더는 기자들을 따돌린다며 꽁지 빠지게 현장을 벗어나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 통쾌하게 복수하고 찰거머리 같은 스나이더마저 떼어버린 후커와 곤돌프, 그리고 친구들. 이들은 현장을 깨끗이 정리하고 로니건이 남긴 50만 달러를 챙겨 유유히 사라진다.
 
반전의 연속, 관객마저 속이다
 
‘스팅’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 백미다. 반전에도 종류가 있다. 유령과 영혼의 이야기를 다룬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식스센스(1999)’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전율의 반전’으로 관객을 멘붕에 빠뜨렸다면, 박근형 윤여정이 나온 치매 노인에 관한 영화 ‘장수상회(2007)’는 바람이 가슴 한쪽을 뚫고 지나가버린 듯, 알 수 없는 슬픔을 불러오는 ‘동화 같은 반전’을 보여준다. 반면 ‘스팅’에는 혀를 내두르며 무릎을 치게 하는 ‘짜릿한 반전’이 있다. 주인공이 꾸미는 꼼수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 순간 관객 자신이 속아버리는 의외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진한 감동이나 교훈, 수준 높은 예술성도 없는 단순 범죄 코믹오락물 ‘스팅’이 아카데미 7개 부문의 상을 휩쓴 저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출중한 시나리오와 배우의 완벽한 연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챕터 별로 스토리를 풀어가다 마지막 순간에 퍼즐 맞추듯 완성되는 이야기 구조는 정말이지 기발하다. 여기에 조지 로이 힐이 감독한 최고의 버디 무비 ‘내일을 향해 쏴라(1969)’에서 무법자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로 나와 찰떡궁합을 과시한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의 재결합은 그 자체만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잣대였다.
 
주제음악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를 변주한 작곡가 마빈 햄리시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마빈 햄리시는 래그타임 형태의 재즈냄새 물씬한 스콧 조플린의 1910년대 댄스음악 ‘엔터테이너’를 멋지게 편곡함으로써 영화의 흐름에 더욱 활력을 불어넣었다. 마빈 햄리시는 이 음악으로 아카데미 음악 편집상을 받았는데, 같은 해 개봉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추억(The Way We Were)'으로도 아카데미 주제가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는 하룻밤에 3개의 오스카를 품에 안은 행운아다.
 
디자이너 에디스 헤드(1897~1981)의 의상도 영화의 비주얼을 한층 격상시킨 요소 중 하나다. 레트로 감성이 넘쳐나는 셔츠와 멜빵, 보이시한 헌팅 캡, 핀 스트라이프 슈트, 트렌치코트와 페도라 등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대상을 반영한 다채로운 드레스 코드는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
 
파라마운트의 의상스케치 아티스트로 출발해 줄 곳 무대의상 디자이너의 길을 걸은 에디스 헤드는 생애 통산 여덟 번의 아카데미 의상상을 받았다. 후보로 지명된 것만도 35회나 된다. ‘이브의 모든 것’의 베티 데이비스, ‘상류사회’의 그레이스 켈리, ‘사브리나’의 오드리 헵번, ‘젊은이의 양지’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선셋대로’의 글로리아 스완슨 등 내로라하는 대스타들이 그녀의 의상을 입고 멋진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가벼운 영화 한 편이 비타민 한 알의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스팅’의 주인공은 좀도둑과 사기꾼이다. 그렇지만 사회의 ‘작은 악(惡)’인 그들이 ‘거대 악’을 혼쭐내는 모습에서 관객은 기대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의도치 않은 희열과 통쾌한 감정의 순간을 맛볼 수 있다면, 그것처럼 괜찮은 경험도 없는 것이다.
 
 
▲ 덧붙이는 글 --------------------------------------------------------------
 
* 버디 무비(Buddy Movie): 버디 필름(Buddy Film)이라고도 함. 콤비를 이루는 두 명의 남자가 등장해 진한 우정을 나누는 스토리의 영화를 ‘버디 무비’라 칭한다. 버디(Buddy)는 동료, 단짝, 형제, 친구의 의미를 지닌 단어. 단, 남자들의 단순한 우정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두 남자배우의 역할 비중이 비슷해야 하며 둘 간의 케미도 잘 맞아 떨어져야 진정한 버디 무비로 평가받을 수 있다. 1969년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쌍두마차로 나온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 ‘내일을 향해 쏴라’가 이 장르의 시발점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버디 무비로 ‘미드나잇 카우보이(존 보이트, 더스틴 호프만)’ ‘스팅(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레인맨(톰 크루즈, 더스틴 호프만)’ ‘태양은 없다(이정재, 정우성)’ ‘짝패(정두홍, 류승완)’ ‘투캅스(안성기, 박중훈)’ 등을 꼽을 수 있다.
 
버디 필름의 관습을 차용한 형태의 여성영화로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든이 출연한 ‘델마와 루이스(1991)’가 있다. 두 여자의 우정을 다룬 ‘델마와 루이스’의 출현은 그동안 남성 세계에 국한돼 있던 버디 무비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새로운 개념 정의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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