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교양·문화 기획연재
'시향 서울낭송회'와 함께하는 금주의 시 (190) < 뿌리 3>

 

 

 

뿌리 3
 
김진돈
 

고추잠자리의 한 호흡, 황금들판이 출렁인다
길게 뻗은 소나무 숲 아래
부모님 산소

주말이면 도회지에서
산언덕의 황톳길을 밟고 냇가를 건너고야
멀리 피어오르는 고향연기에 뭉클하던

버스가 다니지 않던, 한 시절

오냐, 왔냐? 오느라 힘들었지
부엌에서 반기며 나오시던,
어머님
 

까마득한 시간만 서성거리고
이제, 동네어귀는 아스팔트가 깔리고
마을회관 앞에는 간간히 버스가 도착하지만,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고

집에는 대숲만이 흔들린다, 그때처럼

어느덧, 어르신들은 모두 떠나고
명절만이 과거를 소환하며 말소리가 간간히 귓가에 맴돌고

닫힌 문에 기억의 시간만 고여 있다
바람소리에도 마을엔 기척이 없고

한줄기 바람만 이따금씩 지나갈 뿐,

이제, 새로운 집들이 생기고
낯선 사람들 뿐, 기척이 없다
 

하얀가지끝에 머무른 고추잠자리 
회관 앞을 붉게 돌며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듯 큰 타원을 그리다, 들판 속으로 사라진다
부모님 살아생전의 잠자리처럼

고추감자리의 한 호흡에 황금들판이 출렁인다
 
 
 
 
▶▶ 작가약력 ----------------------------------------------------
• 20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동 대학원 졸업(한의학 박사)
• 2011년 상반기 『열린시학』, 「시와세계」 등단
• 저서: 『그 섬을 만나다』, 아홉 개의 계단」 다수
 
 

silverinews 김진돈  news1@silverinews.com

<저작권자 © 실버아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