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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이작가가 만난사람 #12] 어머님께 가는 길
 
[딴따라 이작가가 만난사람 #12] 
어머님께 가는 길
 
매년 여름이면 부산송도해수욕장에서 현인가요제가 열린다.
초기에 몇 차례 대본을 썼는데, 오랜만에 현인가요제 대본 쓰는 일이 내게로 왔다. 지금 현인가요제를 주관하는 (사)한국연예예술인 총연합회 임직원과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김지평, 김병걸, 김진룡, 공정식, 김상욱 선생님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작곡가 선생님들은 14회 현인가요제 최종예심을 보러간다. 나는 현인가요제 본선무대에서 연출을 담당할 KBS부산방송 PD와 상견례가 있다. 부산 가는 길은 언제나 기분 좋다. 부산에 사시는 우리 어머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의 소설 ‘선택“에 나오는 장씨 부인, 안동 권씨 우리 할머니, 진주 소씨 우리 어머니 모두 재령이씨라는 집안만 믿고 시집와 고생하신 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평생 훈장노릇을 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세 번째 딸로 곱게 자란 어머니는 집안 좋다는 말만 믿고 아버지에게 시집왔다.
 
반촌이었던 외갓집 동네와는 달리 민촌이었던 아버지 동네에서의 삶은 고달팠다고 한다. 거기다 딸을 내리 셋이나 낳았으니 그 핍박이 오죽하셨으랴. 다행히 네 번째로 태어나 구박을 벗어나게 했고, 아들을 낳았다는 큰 안도감을 준 놈이 바로 나다.
 
우리네 어머니들이 다 그러하셨듯이 능력 없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아버지를 만나 어머니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생을 사셨다. 오랜 암투병으로 빚만 잔뜩 남겨놓고 아버지는 떠나가셨고, 그 빚을 다 갚을 때 쯤 어머니는 병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제대로 잠을 주무시지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셨던 것 같다.
 
10년 넘게 어머니는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둘째 아들이 그 병원 물리치료사라 알뜰히 챙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어머니가 위독하시면 곧바로 앰뷸런스를 불러 큰 병원으로 모셔 집중치료를 받게 한다. 그때마다 목돈이 들곤 하지만 어머님이 다시 살아나셔서 우리 육남매는 항상 기뻐한다.
 
태어난 것 빼고는 평생을 효도라곤 하지 못하고 살았다. 어릴 때는 수제비 먹기 싫다고 떼를 썼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학생운동 한다고, 대학졸업하고는 군대도 안가고 노동운동 한다고 어머니에게 불효했다.
 
생활비 드리는 것도 항상 만족할 만큼 드리지 못했고, 한동안은 그것마저도 드리지 못할 때도 많았다. 프리랜서 작가로 생활하면서 자존심을 지키느라, 때로는 너무 고집을 부리다 보니 돈이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아내와 아들도 덩달아 고생했다.
 
작년부터 작가일이 많아지고, 수입도 좋아져서 어머니 병원비의 절반정도를 내가 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어머님께 문안 인사하고, 커피도 타드리고, 틀니도 닦아주는 동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어머님께 들러 살뜰히 챙기는 우리 큰누나에 비할 바도 아니다. 그리고 매주 찾아가 어머님께 재롱도 떨고 맛있는 것도 사가는 막내 동생 부부에 비할 바도 못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신에게도 십일조를 하는데, 하물며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병든 어머님께 십일조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물론 아내 생각은 나와 다를 수 있다.
 
한번은 부산에 갈일이 있어서 병문안을 갔는데, 나를 못 알아 보셨다. 한 시간 앉아 있다가 “엄마 나 간다~~” 했더니 그제서야 “큰 아들 왔냐” 하신다.
어느 날은 간병인이 지난밤에 엄마를 묶어놓고 때렸다며 어깃장을 놓을 때도 있다. 치매는 아닌데 고비를 넘길 때 마다 정신을 조금씩 놓곤 하신다.
 
최근에는 어머님의 소망이 생겼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큰아들한테 5만원을 받는 것! 어머님은 누가 병문안을 와서 돈을 드리고 가면, 그거 누가 훔쳐 갈까봐 양말 속에 숨겨 놓고, 걱정에 잠을 못 주무신다고 한다.
 
지난 1월에 갔을 때도 2월에 갔을 때도 한 푼도 없다며 나더러 돈을 달라고 하셨다. 어머니가 무슨 돈이 필요해요! 돈을 주면 잠도 못 주무신다면서요! 하면서 돈을 드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나한테만 돈을 달라고 한단다. 요즘은 대놓고 큰아들 올 때 돈 가져오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돈을 좀 가져간다. 또 그 돈 받아놓고 전전긍긍하실 어머님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하지만, 굳이 돈을 받고 싶어 하시는데, 그동안 너무 뺀 것 같다.
 
우리 어머님은 애기다. 6인실이 시끄럽다며 3인실로 옮겨 생활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병원비 걱정을 안 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자식들한테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큰누나한테 들어보면 어머니는 지독하게 아들만 편애하셨다는데, 유독 큰딸한테는 더 당당하다.
 
우리 삼형제가 아는 한 이 세상 최고 귀요미는 우리 엄마다. 물론 며느리들의 생각은 우리 형제와 다를 수 있다. 평생 적게 드셔서 이제는 아무리 맛있는 걸 사드려도 제대로 드시지 못한다. 그야말로 뼈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 형제는 어머니가 예쁘다. 그리고 당당하셔서 더욱더 마음이 놓인다. 어머님이 병원비 걱정에 자식 걱정에 근심하셨다면 우리가 더욱 더 슬펐으리라...
 
지금 부산가는 KTX 안이다. 점심때 만날 사람 만나면 곧바로 어머님이 있는 병원으로 갈 예정이다. 돈벼락은 아니더라도 우리 어머님께 용돈 두둑이 드려야겠다.
 
 

silverinews 이정환  news1@silver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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